[佛 연쇄테러] 위기에서 빛난 무슬림 영웅들
프랑스 파리 테러로 순직한 경찰 아메드 메라베 씨의 동생 말레크 씨(가운데)가 10일 기자회견에서 비통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BBC 화면 캡처
그의 형 아메드 씨는 7일 동료 경찰과 함께 담당지역(파리 11구)을 순찰하다 테러 후 도주하던 범인들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당시 그는 두 손을 들고 항복 자세를 취했음에도 테러범들의 조준사격으로 뒤통수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 그가 총을 맞는 장면이 TV 화면을 타고 전 세계로 방송돼 테러범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아메드 씨는 “우리를 죽일 거냐”고 묻는 테러범에게 “아니야. 친구(mate)”라고 답했는데도 확인 사살을 당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창졸간에 형을 잃은 말레크 씨의 기자회견은 한 가족이 당한 비극적 슬픔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대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사회는 물론이고 지구촌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는 “이번에 벌어진 야만적 행위에 희생된 분들의 유가족과 깊은 연대의식을 느낀다”고 말한 뒤 “인종주의자, 이슬람 혐오자, 반유대주의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무슬림과 ‘미친 사람’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주십시오. 미친 사람은 피부색이나 종교와 상관없습니다. 무슬림이 싫다고 모스크(이슬람 사원)나 시너고그(유대교 회당)를 태우고 엉뚱한 사람들을 공격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유가족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붓으로 먹칠하지 말아주십시오.”
테러범에 의해 잔인하게 숨진 무슬림 경찰 아메드 씨가 반이슬람 정서를 이슬람에 대한 연대로 전환시킨 숭고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9일 최악의 인질극 현장에서 활약한 또 다른 무슬림 영웅의 이야기도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테러로 순직한 경찰 아메드 메라베 씨의 동생 말레크 씨(가운데)가 10일 기자회견에서 비통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BBC 화면 캡처
이 식료품점의 유대인 점원 요안 코엔 씨(22)도 영웅적 희생의 귀감을 보여줬다. 그는 테러범 아메디 쿨리발리가 세 살 난 남자아기를 인질로 삼아 죽이겠다고 위협하던 와중에 쿨리발리가 계산대 위에 둔 총을 낚아채려다 범인이 먼저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사촌이자 점원으로 현장에 함께 있던 요나탄 씨의 전언).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