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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뜨는 정치지도자들]러 ‘30대 기수’ 알렉세이 나발니

입력 | 2015-01-13 03:00:00

“反부패”… 푸틴 정조준, 2018 대선 야권의 희망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라 불릴 정도로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젊은 재야 민주화 인사가 있으니 바로 알렉세이 나발니(39·사진)이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08년부터 ‘러시아의 위키리크스’로 불리는 부정부패 고발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며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국영 정유회사 로스네프트 등 거대 에너지기업의 부패와 이에 관여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공개해 러시아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재야 운동가였던 그가 제도권 정치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3년 모스크바 시장선거였다. 선거일을 불과 한 달 반 앞둔 상태에서 출마한 그는 경쟁자였던 세르게이 소뱌닌 당시 시장(52%)과 맞붙어 27% 지지를 얻었다. 패했지만 지지율 70%에 푸틴의 공개 지지를 받은 거물과 붙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러시아 야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재 러시아 언론은 그를 2018년 대선의 유력한 야권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CNN 등 서방 언론도 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계속 내보내는 등 주목하고 있다.

당초 반부패 운동에 주력했던 나발니의 목표는 차츰 푸틴을 정조준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푸틴 정권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는 동영상을 부지런히 올리더니 2011년부터 아예 거리로 나와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푸틴 정권은 존재 가치가 없다. 모두 거리로 나와 정부를 무너뜨리자”, “푸틴이 속한 통합러시아당은 사기꾼과 도둑들의 모임이다”라고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다. 그의 군중 동원 비결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각종 소셜 미디어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인터넷 공간에 시위 일정과 장소를 올리면 순식간에 군중이 모여드는 식이다.

정권의 탄압이 시작된 것은 당연지사. 푸틴 정권은 나발니의 모스크바 시장 출마 직전이던 2013년 7월 그가 러시아 중부 키로프 주의 무보수 고문으로 활동할 때 국영 목재소의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금을 횡령했다며 그를 구속한 뒤 5년형을 선고했다. 판사의 판결문이 검사의 공소장과 조사 하나도 틀리지 않아 정치 재판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구속 하루 만에 법원이 그를 풀어준 것.

지난해 2월에는 나발니와 동생 올레크를 한꺼번에 구속하고 나발니를 가택연금에 처했다. 검찰은 형제가 그들이 운영하는 물류회사를 통해 54만 달러(약 5억9000만 원)를 횡령했다며 각각 10년, 8년형을 구형했다. 나발니는 “푸틴이 평생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산 동생까지 괴롭히며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러시아 및 해외 언론들도 야권 인사 탄압이라며 푸틴을 비난했다.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30일 나발니에게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 올레크는 바로 수감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지지자들이 영하 20도를 오가는 혹한에도 거리로 뛰어나와 ‘자유’,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가택연금 상태를 이어가게 된 나발니는 모바일 메신저에 “몸은 구금 상태지만 푸틴이 나의 정신까지 꺾진 못할 것”이라는 글을 띄웠다. 그는 이달 5일 가택연금에 반발하며 감시용 전자 팔찌를 끊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계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전형적인 슬라브계 백인 외모를 지녔다. 반대자들은 그가 인종 우월주의 성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피부색이 짙은 코카서스계 군인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사람은 총으로 죽여야 하지만 바퀴벌레는 슬리퍼로 밟아 죽여야 한다”고 말해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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