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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 전문가 14인 평가 “대통령 현실인식-해법, 국민과 동떨어져”

입력 | 2015-01-13 03:00:00

“靑 난맥에 인적쇄신 요구한 민심… 비리 없다고 동문서답하며 외면”
與 “진솔한 사과로 쇄신의지 보여”… 野 “국민이 듣고싶은 말은 없었다”




“문건파동 송구”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에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사과한 뒤 특보단을 구성해 청와대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상을 보는 인식과 해법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본 정치, 경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14명은 이렇게 촌평했다. 박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인식과 해법 차는 정치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과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항명’ 사태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기강 해이를 놓고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의 눈높이와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이재만(총무) 정호성(제1부속) 안봉근 비서관(제2부속)이 실정법을 위반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는데 박 대통령은 실정법 위반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고 인식한 것 같다”며 “정치적 차원의 논란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민정수석 항명 사태로 김 실장이 청와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기에 ‘바꾸라’는 게 국민적 바람이었다”며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심 없는 분’이라며 동문서답을 했다”라고 꼬집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국민은 ‘문고리 3인방(대통령비서관)’이 부정이 있느냐를 물은 게 아니라 이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국정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의 대답은 비논리적이고 타당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사과의 범위가 미흡했다”며 “대통령이 ‘3인방’의 거취를 일축하면서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청와대 문건 파동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자성을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과감한 인사 혁신과 조직 개편이 가시화돼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었고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은 하나 마나 한 기자회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배혜림 beh@donga.com·강경석·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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