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신년회견/인적쇄신] [전문가들 “이래서 靑쇄신 필요”] “측근들 오판이 국정혼란 초래… 민정수석 항명, 기강해이 결정판 대통령 리더십까지 흔들릴 우려… 2선후퇴 제스처라도 보였어야”
취재진이 타원형으로 둘러앉아…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됐다. 박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은 과거와 달리 미국처럼 대통령 주위에 취재진이 둘러앉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초기대응 실패가 문제 키워”
청와대 문건 유출이라는 위기관리에 대한 김 실장의 안이한 대응이 먼저 문제가 됐다.
민정수석이 직속상관인 김 실장에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는 더 심각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역할을 생각하면 민정수석 항명 파동에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며 “국민들 눈엔 청와대가 힘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폐쇄적인 청와대 소통 구조의 중심에 김 실장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틀어박혀서 청와대 수석들과 장관들도 만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문지방에 서있는 자들에 대한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박 대통령이 김 실장과 (문고리) 비서관 3명(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에 대해 ‘사심이 없고 비리가 없다’고 말한 것은 국민적 관심과 동떨어진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에게 힘이 실리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었는지 박 대통령이 고민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혔어야 한다”며 “굳이 사람을 바꾸겠다고 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건 대통령의 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기춘과 3인방에 대한 온도차 뚜렷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적 쇄신을 뒤로 미루고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민들은 청와대 비서진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쇄신하라는 게 아닌데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반응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청와대 비서진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최소한 2선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로 사표를 내거나 사퇴하는 제스처라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배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