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신년회견/경제구조 개혁] [원론만 강조한 규제개혁] 이해관계 조정 방안 언급없이… “2015년안에 해결” 시한만 못박아 푸드트럭 등 수치 집착하다 실패… 현장서 체감할 실질적 대책 내놔야
○ 수도권 규제, 노동시장 개혁 등 데드라인 제시
이날 규제완화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수도권 규제를 규제 단두대에 올려서 과감하게 풀자”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는) 덩어리 규제라 관심 큰 사안”이라며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고 시한까지 못 박았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규제를 풀어나갈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어 ‘구호뿐인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이슈여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서는 기업이 6만 m² 이상 공장용지를 보유할 수 없는 데다 공장총량제에 묶여 공장 신증설 자체도 제한돼 있다.
경제계에서는 수도권에 시설을 늘리면 같은 규모의 투자를 지방에서도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투자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하려면 수도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의지와 따로 노는 규제개혁 결과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전년보다 3배 많은 약 3000건의 규제를 개선했고 지난해 말에는 규제 단두대 방식을 적용해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규제들을 전격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규제개혁 덕분에 청년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6000명의 일자리와 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봤지만 작년 말까지 영업신고를 한 푸드트럭은 3대뿐이었다. 수치로 나타나는 규제완화 실적에만 집착하다가 현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규제완화는 숫자상의 실적에 매달리기보다는 기업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규제완화가 잘 안 되는 것은 규제완화가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오해와 규제단두대에 올라가는 이해집단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라며 “소통을 통해 이런 갈등을 조정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손영일·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