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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韓-美 대통령 신년회견 풍경, ‘각본대로’ 한국… ‘돌발 질문’ 미국

입력 | 2015-01-13 03:00:00

오바마, 5분간 1명과 토론도… 농담 오가며 자주 웃음 터뜨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수시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돌발 질문을 받고 종종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동아일보DB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질문자와 질문 내용 상당 부분이 사전에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다. 특히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 내용은 현장 분위기에 따라 결정되고 수시로 변한다. 대통령은 기자와 대화하는 식으로 회견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순발력과 폭넓은 정책 이해도가 필요하다.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기자가 1, 2개 질문을 한꺼번에 하면 대통령이 이를 모아서 답변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기자의 1개 질문에 답하면 그 기자가 이와 관련된 후속 질문을 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의 캐리 브라운 기자에게 첫 질문권을 줬다.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에 대응책은 뭔가.”(브라운)

“북한은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오바마)

질문은 다른 기자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직접 영화 ‘인터뷰’를 볼 계획이 있나. 아니면 백악관에서 상영하든가.”(브라운)

“(웃음) 봐야 할 영화 목록이 많다.”(오바마)

“그러니까 ‘인터뷰’를 볼 계획이 있다는 건가.”(브라운)

“내가 볼 영화 목록을 언론에 알려준 적이 없는데….”(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 중간 중간에 폭소를 터뜨렸고 백악관은 회견 후 공식 발언록에 이 대목을 ‘웃음(laughter)’이라고 표기했다.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딱딱한 분위기에서 거의 농담 없이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미국 대통령의 회견은 자주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터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일 중간선거 참패 후 다음 날 백악관에서 가진 회견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폭스뉴스 기자가 “이제라도 공화당과 제대로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5분여간 얼굴을 붉혀 가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기자가 질문을 이어가자 “다른 기자들도 질문하려고 계속 손들고 있으니 넘어가자”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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