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에 투구 이닝은 몸값 지표… FA자격 조기 획득 위해서도 필수
장명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감독이 선발 투수에게 승수보다 이닝 소화 능력을 바란다. 몇 이닝을 버텨 줄지 알면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가 오래 버틸수록 불펜 투수들을 아낄 수 있다.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LA 다저스 류현진(사진)이 메이저리그 3년째인 올해 목표로 구체적인 승수보다 200이닝 투구를 말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투수의 투구 이닝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몸값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지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는 총 289명이다. 이 가운데 200이닝을 던진 투수는 34명에 불과하다. 팀당 1명꼴이다. 다저스에서도 202와 3분의 1이닝을 던진 제2선발 잭 그링키만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겼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는 초반 부상으로 198과 3분 1이닝에 머물렀다.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이닝 이터(Inning Eater)’는 248과 3분의 1이닝을 던진 데이비드 프라이스(디트로이트)였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2년 1월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약 705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는데 원동력은 바로 선발 등판 수와 투구 이닝이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강조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한 시즌 평균 33경기에 등판하면서 평균 21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5년 사이에 3차례나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텍사스에 몸담으면서 급격히 하향세로 접어들었지만 당시 FA 시장에서는 에이스로서 손색없는 기록이었다.
2017시즌 후 옵트 아웃(선택적 계약 이탈)을 통해 FA를 선언할 수 있는 류현진에게 200이닝 투구는 대박 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관건은 부상당하지 않는 것이다. 200이닝 이상 던지려면 선발로 32경기 이상 등판해야 한다. 류현진은 또 ‘6이닝 투수’라는 이미지도 불식시켜야 한다. 지난해에는 완투는 물론이고 8이닝 피칭도 없었다.
류현진이 올 시즌 200이닝의 벽을 허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한화 시절 신인이던 2006년(201과 3분의 2이닝)과 이듬해인 2007년(211이닝)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