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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2015년, 200이닝 절실한 이유는?

입력 | 2015-01-13 03:00:00

선발투수에 투구 이닝은 몸값 지표… FA자격 조기 획득 위해서도 필수




1983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진정한 괴물이 등장했다. 재일동포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장명부(2005년 작고)였다. 그해 삼미 슈퍼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그는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이닝 소화 능력이었다. 팀이 치른 100경기 중 60경기에 등판해 무려 427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완투 경기만 36번이었다. 투구 후유증으로 이듬해부터 승수보다 패수가 많은 투수로 전락했지만 그가 세운 기록은 앞으로도 영원히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명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감독이 선발 투수에게 승수보다 이닝 소화 능력을 바란다. 몇 이닝을 버텨 줄지 알면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가 오래 버틸수록 불펜 투수들을 아낄 수 있다.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LA 다저스 류현진(사진)이 메이저리그 3년째인 올해 목표로 구체적인 승수보다 200이닝 투구를 말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투수의 투구 이닝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몸값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지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는 총 289명이다. 이 가운데 200이닝을 던진 투수는 34명에 불과하다. 팀당 1명꼴이다. 다저스에서도 202와 3분의 1이닝을 던진 제2선발 잭 그링키만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겼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는 초반 부상으로 198과 3분 1이닝에 머물렀다.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이닝 이터(Inning Eater)’는 248과 3분의 1이닝을 던진 데이비드 프라이스(디트로이트)였다.

류현진은 첫해 192이닝, 지난해에는 152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14승을 거뒀지만 지난해 규정 이닝(16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FA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려면 평균 이상의 이닝 소화는 필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2년 1월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약 705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는데 원동력은 바로 선발 등판 수와 투구 이닝이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강조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한 시즌 평균 33경기에 등판하면서 평균 21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5년 사이에 3차례나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텍사스에 몸담으면서 급격히 하향세로 접어들었지만 당시 FA 시장에서는 에이스로서 손색없는 기록이었다.

2017시즌 후 옵트 아웃(선택적 계약 이탈)을 통해 FA를 선언할 수 있는 류현진에게 200이닝 투구는 대박 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관건은 부상당하지 않는 것이다. 200이닝 이상 던지려면 선발로 32경기 이상 등판해야 한다. 류현진은 또 ‘6이닝 투수’라는 이미지도 불식시켜야 한다. 지난해에는 완투는 물론이고 8이닝 피칭도 없었다.

류현진이 올 시즌 200이닝의 벽을 허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한화 시절 신인이던 2006년(201과 3분의 2이닝)과 이듬해인 2007년(211이닝)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겼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 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