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가 말한 교향‘시’는 서정시가 아니라 ‘프로메테우스’ ‘오르페우스’ 같은 제목들에서 보듯 영웅을 내세운 서사시에 가까웠습니다. 체코의 스메타나 같은 다른 나라 작곡가들도 표제 관현악에 흥미를 보였지만 이들의 작품도 극적인 줄거리를 지닌 서사시 풍이었습니다.
이윽고 서쪽의 프랑스 작곡가들도 표제적인 관현악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작품은 달랐습니다. 먼저 ‘풍경’이나 ‘인상’이라는 말이 따라붙었습니다. 마스네는 ‘그림 같은 풍경’ ‘알자스의 풍경’ 같은 관현악 모음곡을 썼고, 샤르팡티에는 ‘이탈리아의 인상’이라는 곡을 썼습니다. 영웅적 줄거리가 아니라 ‘장면’을 음악으로 묘사하게 된 것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동쪽 나라들에 비해 프랑스는 ‘빛’이 풍성하고 근대 미술의 전통이 우세한 곳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2월 15일까지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모네와 쿠르베, 터너 등이 만들어낸 생생한 빛의 마술을 맛보며, 드뷔시와 라벨이 지어낸 매혹의 화음도 떠올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