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고/박주헌]에너지개발정책 성과, 장부로만 평가 말자

입력 | 2015-01-13 03:00:00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각국은 에너지 수급 안정을 에너지안보라고 특별히 부르며 관리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의 96.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한국은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에너지안보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국내 원자력발전은 세계 5위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은 과거 해외에너지개발 손익계산 장부를 들이대며 해외에너지개발 사업의 싹을 아예 자를 기세다. 좀 차분해지자. 과연 해외에너지개발 사업이 국익에 얼마나 손실을 끼쳤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개발 사업은 탐사에서 생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의 성과를 중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에너지안보를 목표로 하는 해외에너지개발은 장부상 손익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비용편익을 따져 평가해야 하는 사안이다. 일부 프로젝트가 실패했을지언정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정책 추진 결과 석유 자주개발률이 2007년 4.2% 수준에서 2011년에 13.7%로 껑충 뛰어 오르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만의 각축장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광구 같은 유전개발 프리미어리그에 참여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만큼 에너지안보 수준이 향상된 것이다.

에너지안보는 단기적 손익평가의 대상이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유가 하락으로 전략비축유의 평가손이 발생했다고 해서 전략비축을 비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이왕이면 에너지개발 성공률을 높여 장부상 수익성도 높여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에너지안보 측면을 무시한 채 장부상 숫자만을 근거로 에너지 개발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자급률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에너지자급률은 60% 수준이다. 미국 81%, 중국 93%, 일본 38%인 점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혹시 정치적 공세의 희생양으로 에너지 개발의 싹이 잘려나가 에너지안보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버릴 수가 없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