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우리가 모르는 생활 속 ‘의료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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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발생했을 때 상처 부위를 보호하고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붙이는 습윤밴드(메디폼)도 대표적인 의료기기입니다. ‘메디폼’은 상처를 외부 오염으로부터 방지하고 보호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습윤밴드로, 상처의 진물을 흡수하여 상처 표면에 유지시키는 소독 방법이죠. 의료기기법 제2조 1항에는 ‘상해 또는 장애를 진단, 치료, 경감 또는 보정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또 의료기기라고 생각하지 못한 제품으로는 필러가 있습니다. 필러라고 하면 의약품인지, 시술인지 명확히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지만, 필러는 얼굴 진피 층에 주입해 얼굴의 주름을 개선해 주고 볼륨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의료기기’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또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에 눈을 또렷하고 크게 보이게 해줘 미용용품이라 생각하기 쉬운 서클렌즈가 있습니다. 이 의료기기는 신체 중 가장 예민한 눈에 직접 닿기 때문에 안과전문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착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안경도 돋보기처럼 시력을 교정하는 렌즈가 끼어 있는 경우 전체를 의료기기라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콘돔도 의료기기라는 것입니다. 의료기기법에 보면 성병 예방 및 임신 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해당된다고 돼 있습니다.
최근엔 임신진단을 테스트하는 것도 의료기기에 포함됐습니다. 화학적인 작용이 있지만 진단에 쓰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의약품처럼 인체의 약리적인 작용을 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면 의료기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진단 시약들이 최근 의료기기에 포함되 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정수기 중에서도 의료기기에 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의 미네랄을 걸러내는 역삼투압 방식과 달리 미네랄이 살아 있는 전기분해식 정수기가 이에 해당됩니다. 최근 일본에서 수입되는 알칼리수 만드는 정수기도 모두 의료기기에 해당됩니다. 알칼리수를 마시면 위장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임상시험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의료기기들의 패러다임이 병원의 진료 치료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의료기기들이 생활 속 다양한 형태로 보급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