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
2경기 만에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실망감이 역력했다. 한국은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 전반 36분 터진 남태희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갈수록 졸전 펼치는 한국
이겼지만 졸전에 가까웠다. 경기 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가 훨씬 공격적으로 나왔다. 말하기는 싫지만 상당 부분 쿠웨이트가 우리보다 우세했다. 우리는 참 운이 좋았다. 상당한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오만과의 1차전에 나서지 않았던 7명을 선발 출전시켰다. 원톱 공격수 이근호(엘자이시)를 비롯해 남태희(레크위야), 이명주(알 아인), 김민우(사간 도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차두리(서울), 김승규(울산)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부상과 감기몸살 등으로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이청용(볼턴),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경기장에 오지 않고 숙소에 머물렀다.
처음 실전 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선수들은 이날 패스 실수가 속출했고 수비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전반전에는 서로의 위치와 호흡이 좋지 못했다. 정상적인 패스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앙 수비로 나선 김영권과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호흡이 맞지 않아 여러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허용했다. 경기 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례적으로 쿠웨이트의 아지즈 마샨을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했다. 아시안컵 홈페이지는 ‘운 좋은 승리에 감사한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우승 후보 입증한 호주
조별리그 A조에 속한 개최국 호주는 이날 오만과의 2차전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오만을 4-0으로 대파했다. 한국과 함께 나란히 2승으로 승점 6을 기록한 호주는 골 득실차(한국 +2, 호주 +7)에 앞서 조 1위를 지키며 8강행을 확정했다.
한국과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호주는 한국과 달리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이 한 골로 겨우 이겼던 오만을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압도했다. 특히 고른 선수들의 화력쇼는 인상적이었다. 두 차례의 경기에서 호주는 모두 8골을 넣었다. 팀 케이힐, 마시모 루옹고, 매트 맥케이 등 8명의 선수들이 골 맛을 봤다. 단 두 명(남태희, 조영철)만이 골을 넣은 한국과는 달랐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호주가 첫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 공격은 좋았지만 수비는 불안했다. 하지만 오만과의 2차전에서는 그 약점마저 보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호주와 맞붙어 본 쿠웨이트 나빌 말룰 감독은 “호주는 개최국 이점을 누릴 뿐만 아니라 강하다. 베스트 11 투입이 힘든 한국은 8강전 이후부터 선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호주는 17일 오후 6시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조 1, 2위를 가린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와의 경기는 앞서 치른 두 경기와는 다를 것이다. 호주는 강팀으로 차원이 다른 팀과의 경기다”고 경계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