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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동서남북]있는 일자리도 빼앗는 부산

입력 | 2015-01-14 03:00:00


조용휘기자

“있는 일자리마저 빼앗는 부산에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겨울바람이 몰아친 9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 도로. 박모 씨(44·여)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일하고 싶다”는 박 씨의 호소는 20여 일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0년부터 부산 동래구보건소 방문간호사로 일했다. 500여 명의 저소득층 주민을 돌보던 중 지난해 말 갑자기 계약이 해지됐다. 박 씨처럼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 이상 다닌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부산의 방문간호사는 170여 명. 이 가운데 20여 명은 시청과 구청을 돌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2007년 정부의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에 따라 구군별로 채용됐다. 홀로 사는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저소득 가정을 방문해 복지연계 서비스를 펼치는 게 주 임무였다. 신분은 비정규직 기간제. 정부는 이들의 역할과 임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2년 근무 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2013년 결정했다.

그러나 이달 1일 무기계약 전환 시점을 앞두고 연제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의 14개 구는 일제히 계약을 해지했다. 상황이 비슷한 10개 광역시도의 계약 해지 방문간호사는 서울 94명, 충남 63명, 전남 56명이었다. 부산이 가장 많았다. 보건소 기간제 근로자 무기계약 전환율도 3.8%에 불과하다. 17개 광역지자체(전국 평균 26.2%)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에 그쳐 꼴찌에 머물렀다. 광주 90%, 세종 66.7%, 대전 54.5%, 경기 42.6%, 강원과 전남 41.4% 등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구군이 내세우는 계약 해지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구청장·군수협의회는 ‘현행 (기간제) 채용방식 유지’를 결정했다. 일부 구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 때 해고가 안 되고, 노조 가입 등이 단점’이란 보고서가 나돌기도 했다. 조직적으로 움직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서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인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시간제 계약직)’을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9만여 명의 저소득층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정부 대응은 무력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일자리’를 외치는 부산시 대응도 미온적이다. 서병수 시장은 최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여성의 취업 기회를 늘리고, 보육 여건을 강화해 경력 단절을 방지해 나가겠다. 여성 삶의 질이 높아지는 부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취임 일성도 ‘사람 중심인 부산의 일자리’였다.

시민공개 이색 시정업무 콘서트도 열고 있다. 일자리 보고가 제일 먼저였던 콘서트도 탁상공론, 복지부동만 있을 뿐 귀는 닫은 형국이다. “일자리만이라도 지켜 달라”는 절규에 묵묵부답이다.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서 시장이 강조하는 현장행정이고 소통(疏通) 시정이다.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