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귀농·귀촌인의 영농교육 현장. 박인호 씨 제공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사례 2: 제법 큰 펜션을 운영해온 H 씨(49) 부부는 펜션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2014년부터 새로운 수익모델로 펜션과 연계한 오미자·채소농장을 가꾸고 있다.
#사례 3: 2013년 초 귀촌한 A 씨(40)는 일단 단기 일자리를 구해 생활비를 벌고 있다. 한편으론 장인 소유의 임야에 산야초 체험농장을 조금씩 조성하고 있다.
이들 귀농·귀촌인의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뭘까. 바로 귀농과 귀촌의 융·복합 현상이다. 귀농은 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것이고 귀촌은 그냥 전원생활을 하거나 농사 외의 일이 주업이 된다. 귀농·귀촌의 융·복합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농업, 농촌의 6차 산업화(1차 생산×2차 가공×3차 서비스)와도 일맥상통한다.
사례 1은 처음에 귀농했다가 이후 귀촌을 접목한 것이고 사례 2와 사례 3은 역으로 귀촌으로 시작해 나중에 농업(귀농)을 덧붙였다. 사례 4는 귀촌해서 귀농을 접목하기까지 적지 않은 준비기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사례에서 보듯이 애초 각자 농촌생활의 출발은 귀농 또는 귀촌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정착 과정에서 귀농과 귀촌이 융·복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은 이렇듯 귀농·귀촌의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정책은 귀농 지원에만 치중해왔다. 그 결과 귀농인구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급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3년 들어서는 1만923가구로 2012년에 비해 약 3% 감소하며 주춤하고 있다.
반면 귀촌 인구는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에도 귀농은 소폭 줄었지만 귀촌은 36% 늘어난 2만1501가구를 기록했다. 귀농 인구보다 갑절가량 많다. 2014년 통계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귀농 약보합, 귀촌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농촌 이주 후 정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귀농·귀촌의 융·복합 흐름 또한 귀촌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오로지 전원생활만을 즐기는 귀촌인은 그리 많지 않다. 상당수는 귀촌 창업이나 농업 접목을 통해 일도 하고 소득도 얻길 원한다.
강원도의 한 농업 전문가는 “귀촌인은 귀농인에 비해 보유 땅과 자산 등 경제력, 전문성, 그리고 마케팅에 필수적인 인적 네트워크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이들이 단순 귀촌에 머물지 않고 점진적으로 6차 산업화를 일궈내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귀농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귀촌(인)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은 미흡하다. 귀촌 가구의 소득 수준, 토지 등 자산 현황, 이전 직업 분포, 귀촌 창업 및 귀농 접목 현황 등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농업(귀농) 접목을 통한 6차 산업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교육 및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귀촌인의 6차 산업 역량을 살려 기존 원주민과 귀농인의 생산력을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농업·농촌사업들과 입체적으로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