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세부 조건 조율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다. 말 그대로 자신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지 않을 권리다.
더 많은 기회를 원하는 강정호야 당연히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권리는 대형 자유계약선수(FA)나 팀 내에서 인정받는 몇몇 주전 선수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좋아하지만 구단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조항이다.
강정호는 류현진과는 처지가 다르다. 다저스는 포스팅 금액과 연봉을 합쳐 류현진에게 6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이에 비해 강정호의 몸값은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도 2000만 달러 내외다. 피츠버그가 아무리 강정호를 필요로 한다 해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그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강정호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계약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 간다 해도 계약서상에 보장된 금액은 모두 받을 수 있다. 유망주 선수들이 주로 하는 스피릿 계약(메이저리거냐 마이너리거냐에 따라 연봉 차이가 달라지는 계약)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볼티모어에 입단한 투수 윤석민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윤석민은 계약 2년 차인 올해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기로 계약했다. 거부권이 없던 지난해에는 풀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또 강정호의 ‘4+1년’ 계약에서 5년째 계약은 구단 옵션일 가능성이 크다. 구단이 강정호를 잡고 싶으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내보내고 싶으면 바이 아웃(Buy out·일종의 위로금) 금액을 주고 강정호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