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화 속 ‘모래시계 세대’는
영화 ‘바람난 가족’
창작자 입장에선 마치 청순하게 데뷔한 걸그룹을 섹시한 이미지로 바꿔 성공시킨 뒤 ‘이젠 어떻게 변신시켜야 하나’를 고민하는 연예기획사 사장들의 심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소설에선 1980년대의 기억을 곱씹는 후일담 소설이 이따금 나온다. 이들 소설은 한때 역사의 주체에서 일상의 장삼이사로 전락한 이들의 화려한 추억과 씁쓸한 현재를 담았다.
‘레가토’
‘차남들의 세계사’
영화에서도 ‘속물이 돼 버린’ 386세대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매력이 없다. ‘속물 386’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알려진 최근작이 ‘바람난 가족’(2003년)일 정도다.
반면 386세대가 이상을 잃지 않았던, 즉 주인공의 매력을 갖고 있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종종 등장한다. 1000만 관객 영화 ‘변호인’(2013년)을 비롯해 ‘화려한 휴가’(2007년) ‘오래된 정원’(2007년)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가 386세대의 ‘이후 모습’을 다룰 때도 ‘괴물’(2006년) 속 ‘남일’(박해일)처럼 ‘도바리’(도망)를 치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80년대식 모습에서 매력을 얻는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386세대가 자본가, 소시민, 룸펜 등으로 변화한 뒤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변화 이후의 이 세대가 마주한 사회를 제 가치대로 조명하기에는 성찰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