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누적 판매량 분석
특히 2010년 입적한 법정 스님의 책은 20위권 내에 7권이나 포함돼 있다. 법정 스님의 유지에 따라 같은 해 절판됐음에도 누적 판매량 상위를 차지한 것은 앞서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사서 봤다는 의미다. 법륜 스님(4권), 차동엽 신부(3권), 이용규 선교사(2권)도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개인의 성찰을 강조하는 불교가 유일신에 대한 신앙을 강조하는 기독교보다는 요즘 시대의 코드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이 점이 도서 판매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종교 신문, 종교 잡지를 챙겨 보는 것도 종교서적 담당 편집자의 주요 업무다. 새 종교인 저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대박 조짐이 보이는 종교인이라면 ‘십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라크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지난해 장경동 목사의 책을 내기 위해 수개월간 지방을 누볐다. 지방 강연이 많은 장 목사가 출판을 거부하자 지방으로 10여 차례 찾아다니며 설득한 것.
이해인 수녀의 ‘필 때도…’를 낸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종교인들은 책을 내는 것이 세속과 멀리하는 종교적 삶과 위배된다고 생각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판과 홍보를 할 때 세속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특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혜민 스님이 후속작을 어느 출판사에서 내느냐가 출판계의 빅 이슈다. 야구로 따지면 박병호(넥센 홈런타자)가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셈이기 때문. 혜민 스님과 계약하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종교인이 쓴 저서들이 예전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성철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이 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았다면 이후에는 점차 종교인이 ‘스타화’됐고 이제는 인생을 조언해주는 ‘멘토’의 자리로 내려왔다”며 “멘토가 주는 ‘힐링’이 따뜻한 위안은 되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대중이 점차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