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지하철 사고에 美 테러경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가 낳은 ‘테러 공포’가 유럽을 넘어 미국 본토, 그것도 수도 워싱턴으로 번지고 있다. 미 현지 언론은 차분한 대처를 주문하면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IS 미군의 심장 해킹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소속이라고 밝힌 해커가 미 국방부와 미 중부군사령부 트위터, 유튜브를 동시에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 해커는 중부군사령부 트위터를 해킹한 뒤 “이교도 불신자들이여, 너희에게 자비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IS 해커가 미 국방부를 해킹해 얻었다고 주장하는 파일에는 북한과 중국 내 병력 배치에 대한 정보와 정탐, 정찰 등의 현황 및 ‘전쟁 시나리오’로 보이는 자료가 지도, 사진과 함께 표시돼 있었다. 한편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IS 해커가 올렸다는 북한 핵 및 미사일 시설 관련 지도는 미 국방부 자료가 아니라 미국 과학자협회(FAS) 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라고 밝혔다.
○ 지하철역 사고
이 와중에 워싱턴 지하철역에서는 한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가 차량과 역사 안으로 들어와 1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나 미국인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이 사고 발생 후 몇 시간 뒤 “전기와 관련된 문제로 연기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한때 시민들 사이에서는 테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졌었다.
실제 상황은 매우 긴박했다. 12일 오후 3시경 워싱턴 시내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의 ‘랑팡플라자 역’에서 출발한 지하철이 ‘펜타곤(국방부) 역’으로 향하던 도중 갑자기 연기가 열차 안으로 들어와 열차가 40여 분간 멈춘 것. 이날 사고로 여성 승객 1명이 숨졌고, 83명은 인근 조지워싱턴대 병원 등에 입원했다. 이 중 2명은 중태다. 지하철은 2시간 반 후 연기가 열차에서 빠지면서 부분 정상화됐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 워싱턴 지부 앤드루 에임스 대변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지만, 사고 원인에 대해 전방위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후 현장을 둘러본 NTSB 관계자는 “열차 앞 레일에 전기를 공급하는 케이블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이 때문에 연기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하철 통로에서 연기만 발생했을 뿐 불은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