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업무보고]부작용 외면한 장밋빛 정책 홍보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세종시 행정지원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5년 경제부처 합동 업무보고 및 경제혁신 3개년 계획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가 13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지원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주요 업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평가를 내렸다.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개별 이슈를 잘 짚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경제 구조개혁을 위한 실천과제를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이것도 한참 기다리고 저것도 한참 기다리고 하다가 기운이 다 빠진다”며 개혁을 독려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경제혁신을 본격화할 골든타임”이라며 긴박감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제부처들이 내놓은 주요 정책들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노동개혁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핵심을 빼놓아 중요 정책을 추진할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처들의 업무보고 내용은 대체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기재부가 3개년 계획의 좌표를 설정하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이에 따른 실천계획을 업무보고에 담기로 부처 간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나온 세부 정책들이 올해 경제정책의 중요 목표인 구조개혁을 이루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책이 다소 지엽적이고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해 부작용이 불거질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례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사근로자 관련 대책은 고용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사서비스 제공 업체가 정부 인증을 받으려면 가사도우미들을 직접 고용하고 최저임금, 4대 보험 혜택 등을 보장해야 한다. 또 가사도우미는 소득이 공개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런 구조로는 가사서비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조치가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적용처럼 다른 형태의 ‘규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정책은 주거 불안을 해소해야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전문가들도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과감한 주거대책이라는 점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월세 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이유는 개인 중심의 임대차시장 구조인데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 규제 등 큰 이슈 풀어야
이날 박 대통령은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실천이 중요하고 설득과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구체적인 정책 △국민과의 소통 △기존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경제부처들의 정책은 이 3가지 요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정책보다는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목표를 정해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같은 이슈를 놓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지 않으면 경제정책이 변죽만 울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각 부처가 ‘창조’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사업에만 매달리는 느낌”이라며 “구조개혁을 하려면 시스템을 바꿀 만큼 큰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