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락제 도입 배경은
○ ‘무늬만 심사’ 관행 바뀌나
TV홈쇼핑은 1995년 GS홈쇼핑과 삼구쇼핑(현 CJ오쇼핑)이 첫 전파를 내보낸 이후 3년 또는 5년마다 정부의 재승인 심사를 통해 영업권을 연장해갔다. 초창기에는 3년마다 승인 심사를 받았으나 최근 들어 승인 유효기간도 5년으로 늘어났다.
유통업계에서 재승인 심사가 “암묵적 승인 합의”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의 신헌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것이 적발돼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 정부, ‘갑질 홈쇼핑 제재’ 강경 행보
‘갑질 홈쇼핑’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불공정 거래를 한 TV홈쇼핑 업체들에 대해 재승인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총리와 함께하는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TV홈쇼핑 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언급하면서 “TV홈쇼핑 회사가 자율적으로 법을 지켜 나가도록 정부의 재승인 불허 의지를 적극 알려 달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정 총리의 발언이 나올 즈음 미래부는 TV홈쇼핑의 재승인 요건을 더 까다롭고 구체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칼을 뽑았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말 “6개 TV홈쇼핑에 대한 조사 결과 모든 TV홈쇼핑 업체가 광범위하게 불공정 행위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올해 초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13일 대통령 보고에서도 “TV홈쇼핑과 공기업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TV홈쇼핑 업계는 ‘불공정 거래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납품 관련 비리가 많았다. 패션 상품의 모델 비용을 제조업체에 전가한다거나, 사은품을 억지로 끼워 팔도록 한다는 등의 관행은 이미 보편적인 것이 됐다.
이런 불공정 관행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공정거래센터장)는 “TV홈쇼핑이 ‘갑질’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들 채널이 정부와 법 제도로부터 독과점적 지위를 부여받기 때문”이라며 “TV홈쇼핑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구조적으로 납품업체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V홈쇼핑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납품업체가 TV홈쇼핑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013년 8조3000억 원이던 TV홈쇼핑 시장은 2016년에는 10조4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TV홈쇼핑 업체가 병행 운영하는 인터넷과 카탈로그 쇼핑 시장까지 합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사 제품이 TV홈쇼핑의 히트 상품이 되면서 ‘대박’을 터뜨린 중소기업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대체로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학과 교수는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는 홈쇼핑 업체의 갑질은 재승인 과정에서 분명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며 “재승인 이후에도 각 업체들이 승인 조건을 잘 유지하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용진 교수도 “이제는 채널권 보장을 넘어 부적합 홈쇼핑 업체는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