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로드롭 타는 이승기. 영화 ‘오늘의 연애’ 스틸컷
이승기와 인터뷰한 13일은 그의 28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오늘의 연애’는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 ‘허삼관’과 1000만 흥행 영화 ‘국제시장’을 누르고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데뷔 12년 차다. 그간 인기에 비해 스크린 데뷔가 늦었다.
-음, 여자 마음 모르는 타입인가?
“여자가 뭔가 불만을 쏟고 투덜거리면 조언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불평이 해결책을 원한 게 아니라 공감을 바라는 거였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꽤 오래 걸렸다.”
-영화 속 준수는 18년간이나 짝사랑을 했다. 그렇게 오래 누구를 좋아한 적은 있나.
“사랑 앞에서 계산하거나 ‘밀당’을 싫어하는 건 나랑 준수랑 통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준수 같은 짝사랑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잠깐씩 짝사랑인지 뭔지 모를 상대를 마음에 둔 적은 있겠지만….”
“천재는 아니다. 노력형이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10년 걸렸다. 연기는 지금도 겁난다. 대본집을 100번 읽는 것 같다. 끊어 읽기, 억양 표시를 하다보면 나중엔 대본집이 새까맣게 된다. 또 늘 조언을 구한다.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위해 이성민 선배님한테 배웠고 윤여정 선생님께는 틈나면 전화해서 대사 톤을 상의한다. (윤여정) 선생님이 이런 얘기는 부끄러운 거니까 밖에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배운 게 정말 많다.”
-이번 영화에서는 누구의 조언을 받았나.
“주변에서 감독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각색부터 내 캐릭터에 맞춰주셔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촬영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던데 자이로드롭 타는 장면은 어렵지 않았나.
-이미지 변신 욕심은 없나.
“그동안 연기 변신을 안 한 건 아니다. 다만 대중에게 각인된 이승기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것 같다. 이미지 소모가 심할 것 같다는 얘기도 듣는데 꼭 그런 거 같진 않다. 나는 연예인을 직업으로 생각한다. 그러려면 계속 노출하고 계속 내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특정 이미지에 갇혀있기 보단 가급적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지난 12년간 쉼 없이 달렸다. 도망가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
“전혀. 대신 지금까지 한번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슬럼프도 조금씩 나눠서 겪은 거 아닐까.”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