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국제부장
최근 이슬람 테러에 대한 지구촌의 발 빠른 국제 공조를 감안해볼 때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자는 2012년 리비아와 이집트를 방문해 ‘아랍의 봄 그 후 1년’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기사를 쓴 적이 있다. 정권이 바뀌는 살벌한 상황에서도 한국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접하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대수로 항만 도로공사 등 현지 경제 건설에 적극 참여한 우리 근로자들 덕분에 ‘코리안’ 하면 근면성실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무슬림은 14만 명으로 추산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 각 나라에 수백만 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숫자는 아니다. 게다가 한국은 종교적 신념을 서로 존중해주는 모범적인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테러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호주 캐나다는 물론이고 백주 대낮에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중심부, 그것도 언론사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이제 지구촌에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더이상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전쟁 위협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우리로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전 세계에 기업들과 교민들이 진출해 있으니 어느 나라보다도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과 군 외교당국의 지혜로운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대뜸 군사 공조에 뛰어들거나 섣부르게 반이슬람 대응에 나섰다가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사안마다 치밀하고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파리 테러는 갑자기 터진 게 아니다.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던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신임 총리는 “최근 생포한 IS 요원들이 우리 정보기관에 미국과 프랑스에 대한 테러 계획을 털어놓았다. 곧 감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미국 언론에 밝히기도 했었다.
허문명 국제부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