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산층 현장보고서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학자금 융자를 받는 미국 대학생들 중 32%가량이 상환기간 내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한 명문대학 캠퍼스 전경. 동아일보DB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보스턴대 사회학 박사
그런데 그 인상폭과 인상기간이 상상을 초월한다. 2009년 가을 이사회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등록금을 32% 올리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미 그해 봄 9.3%를 인상한 뒤 1학기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학생들은 20∼30년 전 한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학본부 점거 농성을 하고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격렬히 저항했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이런 데모를 하다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사회는 등록금 인상을 강행했다. 그 덕(?)에 주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근근이 버티고 있다.
버클리캠퍼스는 1960년대에 등록금이 전혀 없었다. 1970년대에는 현재 화폐가치로 약 700달러(약 75만 원)였다. 그러나 2013년 현재는 1년 등록금이 약 1만3000달러(기숙사비 등 포함하면 약 3만5000달러)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 주민이 내는 학비다. 타 주 출신 또는 해외 유학생은 등록금을 더 낸다(약 2만3000달러 추가). 그것도 모자라 입학사정 때 다른 주에서 오는 학생과 장학금을 애초에 신청하지 않는 학생들을 우선 선발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상황이 이러니 대학 등록금이 무서워 아예 대학을 안 가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학비가 매우 저렴한 2년제 공립학교인 커뮤니티칼리지를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3∼14학년도 커뮤니티칼리지 진학률은 34%로 최근 7년래 최고치였다. 커뮤니티칼리지는 입학이 매우 쉽고 졸업 후엔 4년제로 편입이 가능하단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비가 무척 싼 것이 최대 강점이다. 게다가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근거리에 있어 기숙사비 등의 부대비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학자금 융자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4년 2분기(4∼6월) 현재 학자금 융자 총액은 1조3000억 달러인데 이 중 연방정부의 것이 1조800억 달러에 이른다. 많은 청년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학자금 부채의 짐을 덜어주겠다며 ‘버는 만큼만 갚자(Pay As You Earn)’ 프로그램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상환 한도를 월 소득의 10%로 제한하고 상환 기간도 20년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알고 보면 고약하다. 겉으론 학생들을 위하는 것 같지만 실은 미국 경제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얄팍한 수법이다. 왕성한 소비세대인 청년을 소비시장으로 끌어들이자는 전략이다. 청년들이 학자금 빚 때문에 집을 살 생각도, 결혼할 생각도, 자동차를 살 생각도 하지 않으니 그 짐을 덜어 줌으로써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속내다. 소비로 작동하는 미국식 경제를 돌리기 위해 빚을 잔뜩 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또다시 빚을 지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미국의 학자금 융자 이야기를 하니 국내 대학 등록금 이야기를 안 꺼낼 수 없다. 한국도 대학 등록금이 무척 올랐다. 필자는 왜 그리 올랐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 사이에 부모들의 등골은 휘어가고 청년들의 어깨는 짓눌려가는 게 현실이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보스턴대 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