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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권자도 마음대로 땅을 사용할 수는 없다

입력 | 2015-01-15 03:00:00

[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제23조 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토지재산권은 다른 재산권에 비해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개발제한구역 옆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동아일보DB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A 씨는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는 자기 땅에 허가를 받지 않고 별장을 지었다. 그러자 관할 구청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별장을 철거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구청장을 상대로 철거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A 씨는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해 그 안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등 개발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도시계획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담당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위 도시계획법 조항에 위헌성을 발견할 수 없다면서 제청신청을 기각했다. A 씨는 헌법재판소에 직접 위 조항의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또 사람에게는 그것을 가지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이러한 욕구를 권리로 보장하는 것이 재산권이다.

재산권이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각종 권리를 말한다. 재산권은 사람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를 누리기 위한 물질적 기초이다. 그래서 시민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입헌주의헌법에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재산권이 규정됐다. 우리 헌법 역시 제23조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 재산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개인의 뜻대로 사용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개인은 재산권을 보유하고 마음대로 사용하며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팔 수도 있다.

국민이 누리는 재산권의 내용과 종류는 시대에 따라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다. 그래서 헌법이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재산권으로 보장되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세세하게 규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재산권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국회가 법률을 통해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확정해야 한다.

국민이 재산권을 가진다고 해서 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재산권은 다른 기본권과 달리 그 권리자에게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할 의무를 지운다.

재산권은 나 혼자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산권도 다른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만 보장된다.

근대 초기에는 재산권이 신성불가침한 자연권으로서 절대적 권리로 인정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시장경제 원리, 사적 자치의 원칙 등과 더불어 자본주의 발달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재산권의 배타성·절대성은 오늘날에 이르러 힘을 잃고 소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인 권리로 바뀌었다.

나아가 도로를 만들거나 공공기관의 건물을 짓는 등 공공의 필요에 의해서 재산권을 강제로 뺏길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때에는 반드시 법률을 통해서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정당한 보상은 수용되는 재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그대로 보상하는 완전보상을 말한다. 물론 재산권을 제한하더라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생산수단을 모두 국유화하는 등 사유재산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보상도 없이 재산권을 몰수하는 것, 사후에 법률을 제정해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토지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공급을 늘릴 수 없다. 따라서 토지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그리고 토지는 옮길 수 없고 인간이 디디고 살아가는 삶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으로서 자손대대로 누리고 그 위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따라서 토지재산권은 다른 재산권과 비교해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고 인근 토지와의 관계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때가 많다. 이러한 토지의 특수성은 그 이용이나 수익, 처분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없도록 하고 토지재산권에 더 많은 제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A 씨가 땅을 사서 소유하고 그 위에 별장을 건축하는 것은 재산권의 내용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산권이 제한 없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개발제한구역의 설정을 토지재산권에 내재하는 본래적인 내용으로서 토지 소유자가 마땅히 참아야 하는 일종의 의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으로 별장을 지을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따로 보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해 지정 전의 용도와 방법으로 토지를 사용하거나 활용할 방법이 전혀 없어졌다면 예외적으로 그와 같은 불이익이 상쇄될 수 있도록 하는 보상 등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