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외신보도 나오자 즉각 부인
“적어도 검토 과정은 있었을 것이다.”
국내외 전자업계에서는 또다시 불거진 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설’에 대해 이런 해석이 나왔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이 “삼성전자가 최대 75억 달러(약 8조1000억 원)에 블랙베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두 회사는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2년에도 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계속된 부인에도 여전히 인수합병(M&A)설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블랙베리는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과 함께 1세대 스마트폰 업체로 꼽힌다. 아이폰이 일반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면 블랙베리폰은 기업시장(B2B) 강자로 군림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쓰는 덕분에 ‘오바마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2013년 말 블랙베리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6%에 불과했다.
특히 ‘애플-IBM 연합군’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B2B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각각 33%와 32%(2013년 기준)를 차지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초창기 PC 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 관계였던 애플과 IBM은 지난해 7월 협력 방침을 발표한 후 10개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같은 시기 기업용 시장의 7.1%를 점유했던 블랙베리를 인수할 경우 애플에 단번에 앞서 나갈 수 있게 된다.
블랙베리가 보유한 방대한 지식재산권도 애플과 ‘특허 전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미국 특허상표국(USPTO) 통계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매년 500건이 넘는 모바일 기기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