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설 원작영화 ‘허삼관’ 감독 겸 주연 하정우-여주인공 하지원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연기하면서 연출도 하려니 처음엔 민망하고 정신없었다”며 “영화 40%를 미리 찍어보고 대역배우를 고용해 모든 장면을 리허설하는 등 준비를 차지게 했다”고 했다. 뉴 제공
○ 하정우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하며 수없이 인터뷰를 해왔는데 이번엔 정말 낯설어요. 잘 모르는 건 감독님한테 물어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럴 수도 없고….”
말과는 달리 하정우(37)는 특유의 달변으로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해 쉼 없이 얘기했다.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허삼관’에서 그는 주인공과 감독의 1인 2역을 맡았다. 2013년 저예산영화 ‘롤러코스터’ 이후 두 번째 연출작이자 본격 상업영화로는 사실상의 데뷔작이다. “시나리오 작업 3개월 만에 능력 밖의 일이라는 걸 알았다”는 그는 “배우 하정우의 이름을 만든 방법, ‘엉덩이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모두가 말렸지만 단 하나, 주인공 허삼관의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영화 속 허삼관은 아버지로 완성된 인물이 아니다. 결혼 뒤에도 엉뚱하고 어린애 같던 삼관이 장남 일락이가 실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점점 더 아버지로 성장해나가는, 일종의 우화 같은 이야기다.”
―옥란 역의 하지원을 비롯해 조진웅 이경영 김영애 윤은혜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소설 속 문어체 대사를 어떻게 어색하지 않게 소화할지 고민이 많았다. 훌륭한 배우, 이름 있는 배우가 갖는 신뢰감과 연기력에 기대려 한 면이 있다. 너무 사실적으로 가지 않고 판타지를 가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롤러코스터’는 정말 원하는 대로 했다면 이번에는 대중성을 많이 고려한 것 같다.
“흥행을 위해 내 스타일을 타협하지는 않았다. ‘노팅힐’ 마지막 장면에서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만나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처럼 짜릿하고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한두 작품 더 찍어보면 진짜 내 스타일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림도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시작했고, 결국 모두 영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는 일이에요. 감독을 해보고 나니 이젠 좋은 영화를 보면 ‘내가 나중에 저런 영화를 찍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이 나요. 그런 마음이 절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하지원은 감독이자 상대역 하정우를 “센스쟁이”라고 불렀다. “배우 하정우는 유쾌했고, 감독 하정우는 여유와 배려가 넘쳤다”며. 그 덕분에 “또 하나의 스펙을 쌓은 기분”이라며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언젠간 엄마 연기에 도전할 날이 오리란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영화 ‘허삼관’처럼 따뜻함이 넘치는 작품에서 그런 역할을 하게 돼 정말 기뻤어요.”
14일 개봉한 영화 ‘허삼관’에서 주인공 허삼관(하정우)의 아내 허옥란을 연기한 하지원은 앳된 소녀 같은 구석이 있었다. 연말 TV 시상식에 나온 모습을 보고 평소 진중하던 아버지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다”며 자랑(?)하는데 눈웃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억척스러운 엄마 역은 어떤 도전이었을까.
―삼형제의 엄마 역이 힘들지 않았나.
―1950, 60년대 시대극도 처음이다.
“그때라 해서 특별히 사람의 감성이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물론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란 건 고려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몰입해 선입견을 갖지는 않으려 했다. (당시 문예소설처럼) 문어체를 쓰는 연기도 출연배우가 다 함께 하니 전혀 오글거리지 않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문어체 말투가 확 와 닿았고. 세 아들로 나오는 아역 배우들과 사이가 좋아 촬영장에 아이들과 소풍 가는 기분으로 찍었다.”
―하지만 옥란은 내면이 복잡한 캐릭터다.
“맞다. 대본 역시 설명이 디테일하지 않아 쉽진 않았다. 그래서 시나리오엔 없는 옥란의 상황이나 심경을 직접 만들어봤다. 예를 들어, 삼관이 야밤에 옥란에게 만두를 사준다며 찾아온 신이 있다. 그때 낮부터 밤까지 옥란은 뭘 했는지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써서 혼자 연기해보곤 했다. 카메라에 담기진 않아도 그런 흐름을 이어가니 훨씬 느낌이 살았다. 쉬는 시간은 줄었지만 연기가 더 즐거워졌다.”
―액션에 멜로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액션도 멜로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간 착한 역만 해서 이젠 악역을 하고 싶다. ‘허삼관’에서 나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처럼,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은 참한 유치원 선생인데, 뒤로는 유괴를 일삼는 악마라든가. 너무 과한가, 호호.”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