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장은 “문화 행정가들의 일방적인 진행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국립오페라단은 개인 단체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인데 그에 걸맞은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장수동 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문화단체장이 전문성을 얼마나 요구하는지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인사”라고 말했다.
2일 한 신임 감독을 임명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국립오페라단을 성공적으로 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성악계는 “한예진 씨가 해외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유럽과 일본에서 가수로 활동했다는데 현지 중앙무대에는 그의 이름이 알려진 바가 없다”며 반발했다.
소프라노 출신인 한 감독이 성악가로서는 실력이 있다는 평도 있지만 정상급 무대 경력도 찾아보기 어렵고 연출이나 제작의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국립오페라단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게 요지였다. ‘경험이 전무한 순경이 하루아침에 경찰청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라는 비유도 나왔다.
문체부 측은 “여러 후보를 놓고 실무적 검토와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의 온도차는 크다. 이날 참석자들은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밀실 인사”라며 문체부 인사검증 시스템을 거세게 비판했다. 앞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하고 국립오페라단 출연 거부도 검토하는 등 반발은 이어질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오페라단을 통해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한 감독은 앞서 13일로 예정됐던 취임 기자회견을 27일로 연기했다가 이마저도 기약 없이 취소했다.
유례없는 음악계의 집단 반발과 임명 철회 요구까지 불러온 이번 국립오페라단 인사가 그 과정이 투명하지도, 공감대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체부는 ‘밀실 인사’ 논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