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 없는 지상파]지상파의 ‘고비용 저효율’ 실태
‘한류 콘텐츠 수출의 80% 이상을 맡고 있는 지상파 방송이 무너질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타이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SBS 1월 13일 ‘8뉴스’)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수출의 85%는 지상파 시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한류를 견제하는 움직임에 맞서 새로운 활로를 뚫는 것도, 축적된 경험과 제작 능력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MBC 1월 12일 ‘뉴스데스크’)
광고총량제 도입, 가상·간접광고 확대 등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지상파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한류를 명분으로 삼았으나 논리의 비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방만한 경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KBS MBC SBS는 각각 300억∼50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 판매율은 5년 전 70%대에서 최근엔 50%대로 떨어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광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돼 방송 3사가 추가 광고 수입을 올린다고 해도 내부의 군살을 빼지 않으면 효과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8년 9개월에 평균 연봉이 9547만 원으로 1억 원에 가깝다. KBS는 지난해 고액 임금이 논란이 되자 “KBS 직원의 연봉은 경쟁사의 88% 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들이 경영 압박을 받는 것은 임금과 인력 구조 등 오래된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 요인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적자의 상당 부분은 과도한 월드컵 중계권료에서 비롯된 만큼 지상파 방송사는 방만한 경영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가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006년 2500만 달러였던 중계권료는 2010년에 6500만 달러로 껑충 뛰었고 2014년에는 7500만 달러(약 900억 원)까지 치솟았다. SBS는 이렇게 사들인 중계권을 KBS, MBC에 재판매했다. 브라질 월드컵으로 KBS는 180억 원을, MBC는 100억 원을 손해 봤다.
○ 콘텐츠 투자는 부진, 저작권은 독점
‘방송 콘텐츠 수출의 85%를 지상파가 이끈다’는 지상파의 주장에 대해 외주제작사들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방송 콘텐츠 수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지상파 드라마는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만들지만 해외 판권을 포함해 모든 저작권을 지상파 방송이 갖기 때문에 지상파가 수출한 것으로 통계가 잡히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서정보 suhchoi@donga.com·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