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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상보육 큰소리친 박근혜 정부, 엄마들 분노 안 들리나

입력 | 2015-01-16 03:00:00


인천 연수구는 4세 여아를 보육교사의 ‘핵 펀치’로 쓰러뜨린 인천 어린이집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어제 발표했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어린이집 등의 아동학대 실태를 전수(全數) 조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의 충격”이라며 당정 대책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당정 회의에서도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차질 없이 시행하고 있다”(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며 아동 폭행사건에 강력한 대처 의지를 천명했다. 다시 한 번 그런 ‘엄포’만으로 엄마들의 분노와 공포가 사라질지 의문이다.

무상보육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이다. 지난해에만 10조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됐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배정된 정부 예산의 70%에 이르지만 전국 4만3000여 개 어린이집 가운데 자녀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의 어린이집은 질 좋은 보육시설을 선별한다는 ‘평가인증제도’를 통해 작년에 100점 만점 중 95.96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엉터리 인증을 남발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0년 100건을 기록한 뒤 2014년에는 265건으로 증가했으나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2013년 광주에서 23개월 아이를 화장실에 가두고 폭행한 교사, 같은 해 부산에서 8명을 216차례에 걸쳐 때린 교사와 원장은 자격 정지를 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병영 폭력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불안에 떠는 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병영문화 개혁’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무상보육 바람을 타고 급증한 어린이집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오랫동안 땜질식 보육정책이 누적되면서 각종 문제점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포함해 학대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 보육교사 자질 향상,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 보육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루지 못한 무상보육 체제도 근본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로는 아무리 돈을 많이 퍼준다 해도 출산율이 높아질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