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인 아내의 전 남편 집으로 찾아가 인질·살인극을 벌이고 아내와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작은딸(16)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인질범 김상훈(46·구속)에 대해 ‘성 도착증과 반사회성 인격 장애’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대 교수 출신의 대표적인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인질범 김상훈이 의붓딸을 살해하기 전 성추행 후 성폭행까지 하려했던 정황이 밝혀진 것에 대해 “살인을 저지르고 인질극을 벌이며 외도가 의심되는 부인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등 극도의 긴장과 각성 상태에서 성 욕구를 느낀다는 것은 정상으로 볼 수 없다”며 “성적 강박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인질범 김상훈의 ‘성적 강박증’에 대해 “불안과 스트레스가 고조될 때마다 성행위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성 도착의 일종”이라며 “추운 겨울 야산에서 성폭행 살인을 한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이나 나영이 사건 범인 조두순, 태풍이 부는 가운데 들판에서 어린 피해자를 성폭행한 나주 고종석 같은 경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질범 김상훈이 검거된 뒤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막내 딸 살해의 책임을 경찰 협상전문가와 아내에게 돌리는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의 모습”이라며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들은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책임을 전가하고,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인질범 김상훈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인정되면 감형 사유가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이미 대법원 판례로 소아기호증 등 성도착이 있다는 것만으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되어 있다”며 “오히려, 이러한 성도착 증세로 인해 재범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가중처벌의 사유가 되고 화학적 거세 등 추가적인 보호처분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