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3년 넘게 지켜온 환율방어 정책을 전격 폐기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한국 증시는 1,900선이 힘없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도 1070원대로 주저앉았다.
연초부터 불거진 그리스 악재에 스위스발(發) 환율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6.01포인트(―1.36%) 내린 1,888.13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1,900선이 붕괴됐다. 일본(―1.43%), 홍콩(―1.16 %)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1%, 나스닥지수는 1.48% 하락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 유로존의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이상 인위적인 환율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스위스가 선제적으로 최저 환율제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 ECB가 돈을 더 풀면 유로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스위스는 환율을 지키는데 더 많은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유로화 대비 17% 급등했다. 유로화는 미 달러화 대비 1.567까지 하락하며 1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스위스발 충격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 강해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116엔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금리는 10년물이 1.74%로 하락하며 2013년 중반 이후 최저치를 보였고, 국제 금값은 2.5% 상승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이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도 장 초반 11원 이상 급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다가 전날보다 6원 떨어진 107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락에 유럽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한동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