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제프 스펙 지음·박혜인 옮김/325쪽·1만6000원·마티
미국의 도시계획가인 저자가 보기에 현대 도시는 그간 도보의 편의성을 무시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차도는 넓어지고 인도는 좁아졌다. 가로수는 사라졌고 주차장만 거대해졌다. 보행자보단 자동차가 중심이 된 지 오래란 얘기다. 저자는 전기자동차도 결코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걷거나, 최소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10가지 단계별 과정을 제시한다.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가로수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에 불편을 끼치는 장애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로수가 조밀한 지역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훨씬 낮다. 게다가 도시의 하수도 범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도시는 눈앞에 닥친 교통체증을 해소하려 도로를 늘리는데, 실제로는 도로 건설이 오히려 교통량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