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마호메트) 만평은 이슬람권에서 신성모독으로 여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사람의 종교를 조롱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잔인한 종교전쟁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서로 다른 믿음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종교가 다른 종교를 조롱한 것이 아니라 세속 언론이 종교를 풍자한 것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가톨릭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 교황도 종교인이라 타 종교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는 듯하다.
▷근대 문화는 하나의 신성에서 다른 신성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어떤 신성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싹텄다. 종교의 자유에서 사상의 자유가 나오고 표현의 자유가 나왔다. 예수도 무함마드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정신이 근대 언론의 기반이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데 연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의 정신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