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공감백서 맞아, 맞아!]입사 ‘3년차 증후군’
다음 달 대리 진급을 앞두고 있는 유통업체 입사 3년 차 권모 주임(28·여)은 요즘 출근하려고 일어날 때마다 “아,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자신은 슬럼프가 없을 것이라고 믿던 때도 있었다. 자신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들어온 또래들이 입사 3년쯤 되면 의욕이 사라진 채 주변 사람들에게 “일 재밌어?”라고 습관처럼 묻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신기하게 자신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대리가 된 후 책임까지 더해지는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괴롭다. 권 주임은 계속 회사에 다녀야 할지 고민 중이다.
‘3년 차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직장에 들어온 지 3년쯤 되면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이직 등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사춘기 때 증상과 비슷하다고 해 ‘직장인 사춘기’라고도 불린다. 바늘구멍을 뚫고 어렵게 들어온 직장에 대한 열정은 왜 3년 차에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 직장인도 ‘성장에 대한 욕구’
전문가들은 “사춘기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일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질 때 새롭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싹트게 된다”고 설명한다. 한 단계 발전하고 싶은 욕구이기 때문에 꼭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심리적 상태가 3년 차, 6년 차, 9년 차에 온다는 ‘3·6·9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다. 이건 왜 그럴까? 바로 직급체계 때문이다. 기업별로 조금씩은 다르지만 3년 차에 대리 승진, 6년 차에 과장, 9년 차에 차장이나 부장으로 승진하는 시기가 오면서 업무 내용과 경력에 변화가 오는 시점이 바로 이때다. 조직에서 경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새로운 책임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면서 갈등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심리학적으로는 ‘예비불안’이라고 부른다.
○ 스스로 돌아보고 대처방안 달라야
그러면 3년 차 증후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현주 한국인성컨설팅 이사(‘직장인을 위한 마음사용설명서’ 저자)는 “단지 지루해서 변화를 꿈꾸는 것인지, 내가 하는 업무가 자신의 목표와 맞지 않는 건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단지 지루한 느낌이라면 동아리 등 새로운 취미활동을 찾거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기술을 높이는 등 자기계발 목표를 찾아야 한다. 성장욕구를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여행도 좋다. 입사 6년 차 박모 대리(31·여)는 “따로 ‘해외여행 적금’을 들고 동료들의 눈치가 보이더라도 2년마다 연차를 몰아서 일주일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마음을 다 잡는다”며 “그 덕분에 지금까지 큰 슬럼프는 없었던 편”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직원들의 ‘사춘기’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3·6·9 연차’들을 위한 멘토를 두거나 새로운 직무를 경험하게 하는 ‘직무순환제’를 도입하는 게 좋다. 동아리나 세미나 등 고민을 털어놓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