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인사가 만사’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는 것은 리더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혀 왔다.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공명을 등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의외로 잘 빠뜨리는, 삼고초려의 그늘에 가려 있는 또 다른 원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은 미리 걸러 내거나, 중요한 자리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린이집은 채용 단계에서 이미 양 씨를 걸러내야 하지 않았을까.
“저는 간부들의 승진 심사를 할 때 윗사람의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상사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승진 후보자의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평가 대상의 진면목을 말해주는 이들이 많아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더군요.”
공교롭게도 그때 반찬 중에 생선구이가 있었다. 고등어 같은 생선은 위에서 바라봤을 때는 푸른 바다 빛에 섞여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아래에서 바라보면 허연 뱃살이 파란 하늘에 대비돼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 우리 기업들이 상향평가나 다면평가를 도입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평가 결과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는지는 미지수다. 상사에 대한 한국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거의 세계 최하위권이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직장생활이 현실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은 외국인들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적격자’를 가려낼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랫사람에게 가혹한 상사라도 윗사람들에게만 잘 보이면 탄탄대로를 걷는 경우가 많다. 인천 모 어린이집의 양 씨 같은 사람들도 원장에게만 잘 보이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직장생활을 했을 것이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뛰어난 기업가들은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짜기 전에 ‘버스 자리 정리’부터 한다”고 말했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만든 경영자들은 버스에다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부적합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난 다음에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
콜린스는 여기에 여운이 남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옛 격언은 틀렸다. 적합한 사람만이 중요한 자산이다.’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