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국제시장으로 가자”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 키워드로 해외 진출 확대를 내세웠다. 저금리로 국내 영업환경이 어두워지자 신성장동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금융투자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영업환경 악화로 지난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소 개선하기는 했지만 경영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금융투자회사들의 해외 진출 확대는 세계로 투자 영토를 넓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수익원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 금융투자업계 해외 진출 잰걸음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해외 진출 사업을 꼽으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5일 홍콩법인의 사업 확장을 위해 1억 달러(약 1080억 원)를 출자해 홍콩법인의 주식 1억 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 현지 합작사 설립이 대세
국내 자산운용사는 현지 운용사와의 합작사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 뉴욕법인을 인수한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뉴욕생명운용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르면 6월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국내 운용사가 해외 합작사를 설립해 외국 회사와 공동 경영한 사례는 없다.
삼성자산운용에 앞서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9월 중국 해태그룹·북방국제그룹과 자산운용사 ‘한화해태기금관리유한공사’를 2015∼2016년 내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운용은 싱가포르에도 현지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정부가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 여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진출에는 한계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1년 중국 상재증권과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지만 2013년 불발됐다. 현지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제도적,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