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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일관계 회복 위한 정상회담 필요하다

입력 | 2015-01-19 03:00:00


이현훈 강원대 교수·브리티시컬럼비아대 방문교수

120년 전의 을미년은 대한제국의 명성황후가 일본 칼잡이들에게 난도질당했던 치욕의 해다. 그 뒤 우리 민족은 35년간 일본의 종살이를 하고서야 광복을 맞았다. 그러고는 50년 전인 1965년 한일 양국 간 국교를 회복했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현재 양국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다.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보통국가화’를 표방하는 일본의 우경화는 계속될 것이고 일본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국민 감정상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북한과는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일본과 정상회담을 못하겠다고 할 일은 아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채널의 신뢰프로세스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뜻의 화평굴기(和平굴起)를 외교노선으로 내세워 왔다.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설 때까지는 주변국과 군사적으로 맞서지 않고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추구해야 할 대일 외교노선으로 적격이다.

먼저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모든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3개국이 합의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므로 합의한 내용은 공동으로 서술하고 견해를 달리하면 이를 함께 서술해 갈등을 최소화하자.

또 독도 문제는 우리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지만 동해의 명칭은 유연화하면 좋겠다. 이를테면 청해(靑海) 또는 평화해라는 이름으로 양국이 공통으로 부르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일본해가 우리나라의 동해 명칭을 대신할 수 없듯이 일본에는 동해가 일본해 명칭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얘기하면 일본 정치인들이 태평양전쟁 전범들도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더라도 양국 간 외교관계가 전면적인 대립 상태로 가지 않도록 하자. 양국의 대립은 일본 극우세력이 원하는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뼈아픈 과거를 되새기고 실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자.

궁극적으로 남북한이 통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본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관계가 나쁘다면 통일한국의 등장을 일본이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브리티시컬럼비아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