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兆 투자활성화 대책]정부 “시간이 없다”… 개발 속도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정부부처가 18일 공동으로 내놓은 ‘7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행간에는 이런 긴박감이 감돈다. 국내 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산유국 경제가 불안해지는 글로벌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장기 대책보다 단기 투자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조기에 투자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그동안 좀처럼 방향을 정하지 못하던 다수의 민감한 정책에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재부는 최근의 한국 경제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기업의 설비 신증설 규모를 직전 분기와 비교한 투자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1∼3월) ―1.9%를 나타낸 뒤 2분기(4∼6월)에 1.1%로 회복됐다가 3분기(7∼9월)에 다시 ―0.5%로 떨어졌다.
이처럼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경기를 짧은 시간 내 부양하기 위해 정부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터 개발, 강남 삼성동 한전 터 개발,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사업자 선정처럼 성과가 금방 날 수 있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먼저 기재부는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 용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국유재산법 시행규칙을 6월까지 개정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용산 땅을 되도록 빨리 넘기기로 했다. 원래는 LH가 평택 미군기지 시설을 지어 기부한 뒤 용산 땅을 LH에 줘야 하지만 올해 하반기 중 민간 건설사가 LH에서 땅을 분양받아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절차를 앞당기는 것이다.
용산 땅은 유엔사 터, 캠프 킴 터, 수송부 터의 3개 필지로 나뉘어 있다. 국토부는 유엔사 터 개발과 관련해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을 조망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건물 높이와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총바닥면적 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4월 중 개발계획을 승인한다. 캠프 킴 터에는 용적률 800% 이상을 적용해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수송부 터에 대한 개발계획은 다른 2개 필지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용산 개발을 통해 5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도할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부양 효과도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로선 한전 땅 매입 후 조기 착공이 가능해짐에 따라 매입대금을 투자로 인정받아 기업소득환류세제상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기업이 부동산 취득 후 일정 기간 내에 착공해야 이를 업무용 건물 투자로 인정해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의 환류세제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다. ‘부동산 취득 후 1년 내 착공해야 업무용으로 간주한다’는 기준이 정해지면 현대차는 이번 대책 덕에 법인세를 대폭 줄일 수 있다.
○ “내국인 카지노는 계속 불허”
현재 국내에는 16개의 복합 리조트가 운영되고 있거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자본이 최대주주로 있는 리조트는 모두 경제자유구역 밖에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인천, 부산 등 경제자유구역에 한국 기업도 복합리조트를 세울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에 대해 한화, 롯데 등 리조트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은 당장은 복합리조트 사업 추진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재계가 요구해온 내국인 카지노는 앞으로도 허가할 계획이 없지만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규제를 푼 것을 계기로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법 개정 사안이 8건이나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복합리조트 허용 등 핵심 정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정치권에서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제기하면 전체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염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