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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엘캐피탠(해발 2308m)에는 전문가들도 난공불락으로 꼽은 수직 절벽이 버티고 있다. ‘여명의 벽’이라 불리는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의 높이는 914m.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보다 86m나 높다.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이 암벽을 사상 처음 맨손으로 오른 사람들이 화제다. 미국의 토미 콜드웰(36)과 케빈 조기슨(30),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린 텐트에서 먹고 자면서 19일 만에 등정에 성공했다.
▷콜드웰은 2001년 사고로 왼손 검지를 잃었다. 암벽 타기를 위해서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2000년에는 키르기스스탄에 등반 갔다가 알카에다의 인질이 되는 트라우마도 겪었다. 온갖 시련에도 여명의 벽을 맨몸으로 등정하겠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공감한 조기슨이 합류하면서 2010년 첫 도전에 나섰지만 악천후로 중도에 포기했다. 이듬해 조기슨 혼자 다시 도전장을 냈으나 발목 부상만 입고 물러났다. 삼세번 끝에 이달 14일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꿈을 이뤘다. 1970년 엘캐피탠 등정에 처음 성공한 산악인 톰 에번스는 “21세기 초반 가장 중요한 등산 업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