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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金군 PC에 IS깃발 사진… 관련 사이트 자주 접속”

입력 | 2015-01-19 03:00:00

[실종 한국인 10대 IS가담說]석연찮은 행적… 경찰 본격 수사
터키서 실종된 한국 10대 시리아 넘어가 IS 가담說




《 터키-시리아 접경도시 킬리스에서 10일 실종된 김모 군(18)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이슬람국가(IS)’ 대원으로 추정되는 4명이 각각 소총과 IS 깃발을 들고 있는 사진이 깔려 있는 것이 18일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터키 언론도 김 군이 시리아로 가 IS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일단 실종자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IS에 가담 사실이 확인되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자생적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된 ‘외로운 늑대(lone wolf)’로 기록된다. 》

‘한국의 첫 자생적 이슬람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등장?’

10일 터키-시리아 접경도시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 군(18)이 이슬람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경찰 수사 결과 김 군의 컴퓨터에서 IS 대원으로 보이는 4명이 소총과 IS 깃발을 들고 있는 사진이 발견됐다. 김 군은 평소 인터넷을 통해 IS 관련 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증거를 김 군이 사고나 실종이 아니라 IS 대원이 되려고 스스로 터키 국경을 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일종의 ‘스모킹 건(확실한 증거)’으로 보는 분위기다. 평소 e메일 등으로 현지인과 교류해 온 김 군이 IS에 대한 호기심에서 누군가를 따라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터키 일간 밀리예트는 17일(현지 시간) ‘한국인, IS 가담’ 기사에서 “18세 한국 남성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불법 입국해 IS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 군은 8일 동행자 A 씨(45)와 터키에 입국했다.

○ “김 군, 선교·봉사 방문 아니다”

평소 킬리스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방문이 없는 곳. 정부 소식통은 18일 “김 군의 터키 방문 목적이 선교나 봉사활동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킬리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부는 이슬람 반군인 이슬람전선과 IS 등이 장악한 지역이다.

실종 당일 김 군은 짐을 모두 챙겨 떠났다. 단순히 근처를 산책하거나 나갔다가 돌아오려고 방을 나선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 군이 묵었던 호텔 직원 M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군은 매우 불안해 보였고 10일 아침 하얀 마스크를 쓰고 백팩을 메고 나갔다”며 “아마 IS에 가입하려고 시리아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A 씨는 김 군이 사라진 후에도 사흘 동안 오전에 30분 정도만 외출했을 뿐 계속 방에 머물렀다”며 A 씨가 김 군의 시리아행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하산’이라는 터키인과 e메일로 교류해 온 김 군이 ‘터키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김 군의 부모는 교회의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A 씨에게 김 군과 터키에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다. 김 군은 중학교 입학 직후 자퇴한 뒤 집에서 지냈고 인터넷 게임에 탐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홀로 귀국한 A 씨는 경찰이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아들을 찾으러 터키에 갔다가 18일 귀국한 김 군의 아버지를 불러 국내 생활이나 접촉 인물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 정부, ‘이례적 사건’으로 대응

외교부는 평소와 달리 이번 사건을 재외국민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재외동포영사국에 맡기지 않고 아프리카중동국에 배당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터키 등과 정무적 교섭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양자관계를 담당하는 아중동국이 총괄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만약 김 군이 IS에 가담했다면 전투원으로 쓰이기보다 한국인도 IS를 지지한다는 선전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방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에서 IS 동조자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선전 가치가 높다는 것.

하지만 김 군이 자발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 IS 가담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터키-시리아 국경선이 길고 밀입국도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한국과 미수교국인 데다 내전 상태여서 소재 파악에 협조를 받기도 어렵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조속한 김 군의 소재 파악과 안전한 귀국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 IS 가담, 사전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

시리아와 접경한 터키 동남부 일대는 여행경보 대상이며 특히 시리아 국경에서 10km까지는 적색 여행경보 지역이다. 외교부는 한국 국민들이 이곳을 방문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출국 단계에서 막을 방법은 없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여권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9월 결의 2178호를 채택하고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의 모집과 조직화 및 이동을 막기 위한 국경 통제 및 자금 차단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이설·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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