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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내 직업은 정치인”… 道政 넘어 더 큰 꿈

입력 | 2015-01-19 03:00:00

[2015년, 주목! 이 정치인]<12>안희정 충남지사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그는 “주권자(시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일이 많아져야 좋은 나라가 된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충남’을 얘기했지만 그의 시선은 나라 전체를 향해 있는 듯했다. ‘지방자치와 분권, 시민의 참여와 자기책임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국엔 ‘국가운영, 국가혁신 문제’로 귀결됐다.

안 지사는 자신의 도정(道政) 2기 첫 번째 과제로 충남도를 유능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혁신을 꼽았다. 다음 과제로는 도내 농업과 그 밖의 경제·산업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충남경제개발계획을 입안하고 충남경제비전위원회도 구성했다.

시민 참여와 자기책임성 강화를 위해서 도 정부의 재정부터 의사결정까지 정보의 100% 공개를 목표로 하는 ‘제로100 프로젝트’,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들로 이뤄진 정책자문위원단 활동, 그리고 주민자치 마을 100개 조성계획도 내놨다.

이런 과제를 언급하면서 안 지사는 “국가의 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이냐는 문제의식을 깊이 파고들어야만 지방자치가 잘되고 21세기 대한민국의 큰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충남에서 국가로 확장되는 그의 전망은 지난해 도지사 재선 이후 ‘야권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위상과 닿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할 때, ‘저 꼭 대통령 시켜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싶다.”

‘큰 꿈’을 꾸는 광역단체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해낸 청계천 복원 사업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선거는 (유권자의) 이익과 (후보자의) 지지를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큰 사업을 해냈으니 표를 달라’고 해선 안 된다는 것. 그 대신 “지도자와 주권자가 지역, 사회, 국가의 방향과 가치를 결정하는 공간이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런 방향과 가치가 앞서 말한 지방자치, 분권, 시민의 자율적 참여와 자기책임성이라는 얘기다.

안 지사의 이 같은 주장이 대형 사업을 할 여건이 부족한 충남의 입지에서 나온 고육책이거나 그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충남이라는 그릇이 작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안 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맛집은 큰길가에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사람이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확신은 이른바 ‘충청 대망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맞바람이 셀수록 비행기는 잘 뜬다”고 했다. 충청대망론이 하늘로 치솟게 하는 양력(揚力)이 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안 지사의 이름 앞에 붙는 ‘친노(친노무현) 핵심’이라는 수식어는 마주해야 할 숙명이다. 이 꼬리표가 그의 외연 확장을 막는 걸림돌이 될 거라는 비판도 있다. 그는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친노처럼 사람을 기준으로 정치인을 나누는 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며 “정치인이 정책과 노선에 따라 어떤 주장을 하는지를 평가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안 지사는 인터뷰 내내 ‘대권’에 대해 신중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냐”라고 물었을 때도 “계획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대통령을 하고 싶은) 의지로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한다”면서도 “‘너의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네, 저는 정치인입니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으니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말이 생각났다. “정치인은 누구나 대통령이 목표 아니겠습니까.”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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