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주목! 이 정치인]<12>안희정 충남지사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그는 “주권자(시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일이 많아져야 좋은 나라가 된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안 지사는 자신의 도정(道政) 2기 첫 번째 과제로 충남도를 유능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혁신을 꼽았다. 다음 과제로는 도내 농업과 그 밖의 경제·산업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충남경제개발계획을 입안하고 충남경제비전위원회도 구성했다.
시민 참여와 자기책임성 강화를 위해서 도 정부의 재정부터 의사결정까지 정보의 100% 공개를 목표로 하는 ‘제로100 프로젝트’,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들로 이뤄진 정책자문위원단 활동, 그리고 주민자치 마을 100개 조성계획도 내놨다.
충남에서 국가로 확장되는 그의 전망은 지난해 도지사 재선 이후 ‘야권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위상과 닿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할 때, ‘저 꼭 대통령 시켜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싶다.”
‘큰 꿈’을 꾸는 광역단체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해낸 청계천 복원 사업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선거는 (유권자의) 이익과 (후보자의) 지지를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큰 사업을 해냈으니 표를 달라’고 해선 안 된다는 것. 그 대신 “지도자와 주권자가 지역, 사회, 국가의 방향과 가치를 결정하는 공간이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런 방향과 가치가 앞서 말한 지방자치, 분권, 시민의 자율적 참여와 자기책임성이라는 얘기다.
안 지사의 이 같은 주장이 대형 사업을 할 여건이 부족한 충남의 입지에서 나온 고육책이거나 그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충남이라는 그릇이 작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안 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맛집은 큰길가에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사람이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확신은 이른바 ‘충청 대망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맞바람이 셀수록 비행기는 잘 뜬다”고 했다. 충청대망론이 하늘로 치솟게 하는 양력(揚力)이 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안 지사는 인터뷰 내내 ‘대권’에 대해 신중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냐”라고 물었을 때도 “계획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대통령을 하고 싶은) 의지로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한다”면서도 “‘너의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네, 저는 정치인입니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으니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말이 생각났다. “정치인은 누구나 대통령이 목표 아니겠습니까.”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