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디바이너’는 참혹한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더욱 또렷해지는 아버지와 자식의 유대감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도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고 알고 있는데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의 근육질 장군은 어디로 갔을까.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는 배우 러셀 크로(51)는 살짝 ‘치킨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푸근한 인상이었다. 이번이 그의 첫 방한이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워터 디바이너’는 크로가 주연은 물론 메가폰까지 잡은 감독 데뷔작. 워터 디바이너(Water Diviner)란 광활한 호주의 척박한 땅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 지하수를 찾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영화에서 크로는 제1차 세계대전 터키에서 벌어진 갈리폴리 전투에서 세 아들을 잃은 뒤 아들 시신이라도 찾으려는 워터 디바이너 조슈야 코너 역을 맡았다. 그는 “길고도 험한 여정에도 부정(父情)을 잃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할리우드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해온 비결도 들려줬다. 그는 연기에서 중요한 3가지로 “집요한 노력과 협력적 태도, 세밀한 표현력”을 들었다.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채우려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에 끊임없이 연극공연을 하면서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공원에 갔습니다. 거기서 연기에 대한 소망을 다짐하곤 했죠.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그런 절제와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요.”
크로는 차기작으로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행복한 피난민(가제)’의 연출을 고려하고 있다. 어선에 몸을 실고 호주로 피난을 떠난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진심어린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상관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