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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절반은 숨겨

입력 | 2015-01-20 03:00:00

[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의사 등 전문직 납세 ‘도덕적 해이’




“현금으로 결제하시면 100만 원 깎아 드릴게요. 특별한 고객에게만 드리는 제안입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의 A성형외과에서 코와 눈 성형수술을 받은 B 씨는 병원에서 ‘은밀한 유혹’을 받았다. 현금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결제하는 대신에 700만 원인 수술비용을 600만 원으로 할인해 준다는 것이었다. 수술에 따른 소득세와 수술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10%를 동시에 탈루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A성형외과는 결국 세무조사 대상에 걸려 수십억 원의 미납 세액과 추징액을 내야 했다.

국세청이 연간 평균 1만8000여 건의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탈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고소득자 및 전문직 종사자들의 세금 탈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9개 전문직 사업자 10만1050명 중 월평균 수입이 200만 원에 못 미친다고 신고한 비율은 10.2%(1만337명)였다. 이들의 연평균 매출이 2억67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허위로 신고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3년 기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적출률’은 47.0%였다. 소득적출률이란 세무조사로 국세청이 적발한 탈세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즉 세무조사 대상자의 경우 100만 원을 벌면 47만 원은 신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하는 것 역시 고질적인 탈세 형태 중 하나다. 이렇다 할 직업이 없던 C 씨(35)는 이름뿐인 법인을 세운 뒤 부모로부터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빌렸다. C 씨는 장부상으로 돈의 일부를 갚은 것처럼 꾸민 뒤 실제로는 자신의 통장에 넣어뒀다. 이 돈은 고급 빌라 전세금, 골프회원권 구입비용 등으로 썼다. 이 과정에서 탈루한 증여세만 10억 원이 넘었다.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탈세를 시도하는 일명 ‘자료상 거래’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업체를 차린 뒤 가짜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수수료를 받고 탈세를 노리는 업체에 파는 방식이다.

사업자가 소득신고를 할 때 매입(買入) 세금계산서가 있으면 세무당국이 사업에 따른 비용으로 판단하고 소득에서 공제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이달 초 검찰과 국세청이 ‘자료상’에 대한 합동단속 결과 총 5조5906억 원에 이르는 가짜 세금계산서 발급 행위를 적발하고 1619억 원의 조세 포탈 혐의를 확인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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