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위기 중에는 책임 소재가 명백하게 기업 외부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 기업은 때때로 억울함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희생자로 제시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데 동정심 유발 전략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사람을 대할 때와 기업을 대할 때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 대상에 대해 지각할 때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나는 의도와 목표를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작인성(作因性) 유무다. 다른 하나는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경험성 유무다. 사람들은 기업에 대해 작인성은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지각하지만 경험성에 대해서는 ‘차별’을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미국인 84명을 대상으로 기업과 개인에 대한 판단을 비교했다. 먼저 연구 참가자들을 2개 집단으로 구분해 집단1은 기업가 개인의 이야기를, 집단2는 기업의 이야기를 읽도록 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아무리 실질적인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기업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느끼지 않았다. 따라서 기업은 위기상황에서도 ‘동정심 전략’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묘사하면 소비자의 분노는 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역량이 결핍된 조직이라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기업은 비록 사건 발생의 책임이 없더라도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 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