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성장률 24년만에 최저] 中 2014년 성장률 7.4% 24년만에 최저… 2015년은 6.8% 전망
불과 4, 5년 전만 해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나들며 고속 질주하던 중국 경제가 순식간에 기어를 한두 단계 낮춰 ‘중속(中速) 성장’ 차선으로 갈아탔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에 이런 중국의 부진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감속과 동시에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도 약해지고 있다. 저유가라는 ‘보너스’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시장과 신흥개도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유로존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하락) 탈피를 위해 전면적인 양적완화 카드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 불투명하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IMF가 중국에 대해 제시한 6%대 성장률은 최근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2007년(14.2%)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기업투자 및 부동산 시장 침체, 수출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거나 방향전환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뜻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앞으로 중국 경기둔화가 지속되리라는 건 기정사실이고 관심은 둔화의 폭”이라며 “향후 5∼10년 정도는 5∼6% 성장을 정상으로 봐야겠지만 그보다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면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 고성장 신흥국의 대표 주자였던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요즘 집단으로 저성장병을 앓고 있다. 러시아는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유가 급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올해 3% 안팎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경제정책 실패로 거의 ‘제로(0) 성장’을 바라봐야 할 처지고, 인도 역시 성장률이 6%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 “한국 성장률도 3% 초반까지 낮아질 듯”
고질적인 내수 부진 속에 대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형 경제구조’여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세계 경제가 가라앉으면 수출과 기업투자가 둔화되면서 실물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과거처럼 4% 성장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한국도 과거처럼 수출이 늘면서 성장을 이끌고 기업소득 증가→임금 증가→내수경기로 파급되는 경제성장의 메커니즘이 깨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접고 ‘성장률 6%대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이미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 하반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대중국 수출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중국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자 올해 3.8% 성장이 가능하다고 낙관하는 정부와 달리 3.4∼3.6% 성장을 전망한 민간 연구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3% 초·중반대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9%에서 3.4%로 낮췄고 삼성증권도 3.7%에서 3.0%로 무려 0.7%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소비 투자 등 내수 전반에 걸쳐 하방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고 상반기에 수출 부진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더는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에 뼈를 깎는 구조 개혁으로 스스로 회복을 모색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단기 부양책으로 성장률을 높이는 게 어려운 시점인 만큼 경제체질 개선, 구조개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