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전문가들 “예산만큼 관심 기울여야”
“가정에서는 콩나물 값까지 가계부에 적어 돈이 어디로 나갔는지 따져보는데 정부는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꼼꼼히 체크하지 않는다. 예산안을 짜는 것 이상으로 재정 씀씀이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재정 전문가들은 나라살림을 할 때 예산뿐 아니라 결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의 결산 전문성을 높이고 결산 결과가 다음 해 예산에 반영되는 피드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의 결산심사가 형식적이고, 설사 결산심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해도 다음 해에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며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사후에 점검할 수 있는 기능을 국회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산 결과를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기관장 평가의 잣대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낭비성 예산을 철저히 따진 뒤 돈을 원래 취지대로 쓰지 못한 기관장은 인사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랏돈 쓰임새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장뿐 아니라 예산 수립과 집행에 참여한 일선 담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회계 분석 검증이 부실하고 이에 대한 처벌도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단 예산이 집행되고 절차적 하자만 없으면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으니 결산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산에서 정부 예산이 허투루 쓰인 것이 발견되면 예산 지원을 끊는 고강도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전체 예산 항목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 결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몇 가지 사업을 샘플로 추려 1년 내내 국회에서 조사를 한 뒤 단 한 건이라도 부정한 사례가 나오면 다음 해부터는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게 하고 관련자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