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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시리아 번호판 택시타고 난민촌서 하차

입력 | 2015-01-21 03:00:00

호텔 맞은편 기다리던 현지인 만나 전세 차량 타고 18km 침묵의 이동
911km 국경에 검문소는 13곳뿐… 정부 “월경 없었다고 단정 못해”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 군(18)이 현지 남성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시리아 국경 방향으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김 군의 행적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스스로 종적을 감췄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배낭을 멘 김 군이 10일 오전 8시 자신이 묵고 있던 킬리스 소재 M호텔을 나와 현지 남성 A 씨를 만나는 장면이 CCTV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호텔 맞은편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기다리던 A 씨가 손을 들어 알은체하자 김 군이 그를 향해 다가갔다는 것이다. 오전 8시 30분경 이들은 시리아 자동차 번호판을 단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떠난 사실도 파악됐다. CCTV에서 A 씨의 얼굴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터키 경찰의 조사 결과 이 승합차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불법 택시로 드러났다. 택시기사는 A 씨가 사건 당일 오전 7시 30분경 모스크로 오라고 해서 찾아갔고 김 군과 A 씨를 태워 약 18km 떨어진 베시리예 난민촌 입구에서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기사는 두 사람이 난민촌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말해 이들이 시리아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남겼다. 기사가 A 씨와 아랍어로 의사소통은 했지만 A 씨가 시리아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군이 현지인과 사전에 접촉해 이날 접선하기로 약속한 뒤 만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군이 머물던 M호텔에서 시리아 국경까지의 거리는 약 5km. 걸어서 1시간이면 국경에 닿을 수 있는데 굳이 베시리예까지 18km를 이동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군과 A 씨가 승합차에서 내린 지점에서 국경까지는 2km 미만이다. 둘러서 갔지만 국경에 가까워진 셈이다. 이들은 기사를 의식한 듯 차 안에 있던 30여 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또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합의한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

터키 경찰은 두 사람이 베시리예 난민촌에 도착한 이후의 행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김 군이 국경을 넘었다는 흔적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터키 국경이 911km에 이르는 반면에 국경 검문소가 13곳에 불과해 제대로 된 검문검색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경에 철조망도 없고 분쟁지역이어서 치안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월경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군이 킬리스에 도착한 9일과 사라진 10일의 행적도 수사 대상이다.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했는지, 어떤 형태로 A 씨와 연락했는지 파악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라진 베시리예 일대에는 CCTV가 없어 터키 경찰은 탐문수사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외교관을 파견해 현지 상황을 챙기고 있는 주터키 한국대사관은 1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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