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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조금만 욕심내면 다 얻는다” 30년 지나도 AS 필요없는 교육?

입력 | 2015-01-21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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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12층에 있는 IT실습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있다. 40여대의 최고사양 컴퓨터가 있는 이 실습실은 학과가 교육부 특성화학과에 선정된 후 만들어진 것으로 멀티미디어 교육이 가능하다. 순천향대에서 제일 높은 교실이라 경치도 좋다. 순천향대 제공

“조금만 욕심내면 모든 걸 얻어갈 수 있는 환경이다.”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박은비 씨(3학년)는 학과를 설명해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금융보험학과의 교육환경이 좋다는 자랑으로 들린다. 학과가 지향하는 ‘빅데이터 특화 교육’이 박 씨를 만족시킨 핵심이다. 학과는 금융의 전 분야인 은행, 증권, 보험과 연결된 빅데이터를 추출, 분석, 가공,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집중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일부는 벌써 실현 중이다. 남승오 금융보험학과장은 “30년 후에도 AS가 필요 없는 학생을 만들려면 IT와 금융을 다 잘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보험학과가 작년에 교육부 지방대학 특성화학과에 선정됨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금융교육은 물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교육기반도 마련했다. 8명의 교수에 더해 한 명의 빅데이터 전공 교수를 새로 뽑았고 54개 전공과목 중 6개를 빅데이터 관련 과목으로 신설했으며 10개 과목은 교육내용에 빅데이터를 추가했다. 바뀐 커리큘럼에 따라 학생들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빅데이터를 다루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받는다. 학과의 빅데이터 커리큘럼은 인문학이 뒷받침한다. 빅데이터의 추출과 가공이 기술이라면, 분석 활용하는 것은 인문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더해야 그 빛을 발하기 때문. 커리큘럼에 ‘인문학 1~5’를 넣어 졸업 전까지 40권의 책을 읽어야 졸업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독서골든벨, 인문학특강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동기부여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학과, 단과대, 학교 차원에서 각각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3학년 2학기 과목인 ‘글로벌 비즈니스 조사’는 미국 새너제이주립 공과대학과 협약을 맺고 더욱 체계적으로 실시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40명이 참가할 예정이고 학과는 특성화 자금에서 1인당 300만 원을 지원한다.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이현승 씨(가운데 안경 쓴 사람) 가 작년 3월 미국 오하이오 데이톤 대학에서 열린 ‘RISE2014‘에서 참석자들과 찍은 기념사진. ’RISE‘ (redefining investment strategy education: 투자전략 재정립 교육의 약자)란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실전투자경험을 한 대학생 및 교수들이 참가해 학술회의와 금융계 인사의 강의를 듣는 행사로 현지 채용도 이루어진다고. 작년 행사에는 하버드, 스탠포드, 시카고 대학을 비롯한 40여개 대학에서 온 대학생과 담당 교수 및 금융업 관계자들이 2천명이상 모였다. 산드라 피암 미국 중앙은행 클리블랜드 총재가 기조 강연을 했다. 이현승 씨 제공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1석2조 이상의 효과를 가진 글로벌 역량 강화 제도다. 지난 3년간 금융보험학과생 44명이 교환학생제도를 이용해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금융선진국에서 수업을 받으며 ‘선진금융’을 체험하고 왔다. 4학년 이현승 씨도 그중의 한 명. 작년 미국 슈펜스버그대학교 금융학과에서 24학점을 수강했다. 이 씨는 ‘투자관리학’을 들으면서 미국 주식, 채권, 파생 시장을 상대로 실전투자를 해 30%의 수익을 올렸다. 이 씨가 학생 신분으로 전문가 뺨치는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원칙에 입각한 투자를 했기 때문. 이 씨는 “금융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사회공헌도 할 수 있다는 걸 배운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금융보험학과가 속해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은 ‘슈퍼스(supers)’란 교환학생준비 영어반을 통해 토플 공부를 지원한다. 공부방과 강사, 교재비까지 지원하는 대신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가 화제가 될 만큼 공부 강도가 세다. 방학 때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의무적으로 영어공부를 해야 할 정도.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은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어 토익 750점, 중국어 신HSK 5급, 일본어 JPT 540점 등의 졸업기준을 두고 있다.

국제교류처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빌리지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3학기째 거주 중인 박성철 씨(3학년)는 “글로벌 빌리지에는 다양한 영어향상 프로그램이 있다. 같이 사는 외국인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고 글로벌 빌리지의 장점을 설명한다.

학과의 2012~14년 평균 취업률은 54.6%로 해마다 상승 추세다. 남승오 교수는 “4년 후 목표 취업률은 80%”라고 말한다. 이는 2014년 취업률 57.6%보다 23%포인트나 높은 수치. 학과는 빅데이터 중심 융·복합 교육과 인턴십 강화, 조기 취업지도가 빛을 발한다면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공취업동아리인 ‘IPS’와 ‘WOW’는 전담교수의 지도 하에 활발히 활동 중인데 이런 활동도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학과의 2014년 1학기 장학금 지급률은 65%로 1인당 평균 160만 원꼴. 특성화학과 선정으로 받는 자금 중 매년 2800만 원 정도를 다양한 명목의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어서 장학금 지급률과 평균액수도 늘어날 전망. 학과의 입학 정원은 66명으로 65%를 수시에서 뽑는다. 수시 최저학력기준은 국어, 영어, 수학, 탐구 영역 중 2과목 합이 8이하이고, 고교 성적 중 영어, 수학, 사회 점수를 반영한다. 수시전형에 대해 김재필 교수는 “1, 2등급의 차이보다는 공부하려는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김영길 교수(왼쪽에서 세번째)가 전공 동아리 ‘WOW’ 학생들에게 주식 모니터 창을 보여주며 트레이딩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김 교수는 “우리 교육은 서울 어떤 대학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보수적인 금융권이 학벌에 치우치지 않고 능력에 따른 선발만 해준다면 우리 과 출신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지방대 디스카운트에 대한 억울한 속내를 내비친다. 학생들은 방학 중임에도 바삐 오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에 사회가 고정관념을 깨고 긍정적인 답을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아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