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가… ‘新생존전략’ 현장 2곳 가보니
‘베타후레쉬 배추’ 재배
일반 배추보다 작고 잎두께 얇아… 달고 식감 좋아 포기당 250원 수익
‘생태순환농법’ 도입
月 10만원 받고 週 1회 가정배달… 건강한 먹거리 찾는 중국도 반해
충북 충주시 신니면의 장안농장을 찾은 중국인들이 60여 가지 유기농 채소로 이뤄진 뷔페를 즐기고 있다.(위쪽 사진) 전남 진도군 고군면의 베타후레쉬 배추 밭에서는 한승용 하늘채소영농조합법인 대표(아래 사진 왼쪽)가 베타후레쉬 배추와 일반 배추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충주=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마트 제공
국내 농가를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2010년 ‘배추 파동’으로 불리며 포기당 1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배추값은 매년 폭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추 가격은 2013년보다 43.4% 하락했다. 배추뿐만이 아니다. 양파 마늘 등 대부분 채소 가격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 한국-중국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더 싼 가격으로 몰려온다. 새로운 생존 방안이 절실하다.
○ 연 매출 100억 원 ‘유기농 농부’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충주 신니면 장안농장의 류 대표는 2004년까지만 해도 33만여 m²에 연 매출 5억 원 정도로 농사를 지었다. 현재는 농사 규모가 커져 농장 직원 170명에 협업 농가가 150여 곳에 이른다. 쌈 채소 50여 종을 400t 규모로 재배하며 연 매출 100억 원을 올린다. 비결은 뭘까.
첫째, 생태순환농법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를 가축에게 먹여 만든 퇴비로 농작물을 재배한다. 14일 찾아간 장안농장 옆에는 661m²의 축사에 흑돼지 4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류 대표는 유기농 채소를 이 돼지들에게 먹이고, 돼지의 분뇨는 다시 채소의 비료로 쓰인다. 그는 “돼지가 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유기농 채소만 먹고 뛰놀다보니 건강하다. 이런 가축에서 나온 퇴비를 사용해 더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둘째, 마케팅이다. 류 대표는 “농업도 사업이다. 제품에 감동을 담았다면 그걸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쌈채소 축제와 쌈장 경연대회를 연다. 2011년부터는 한 달에 10만 원을 내면 매주 1회 식재료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장안배달식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농장 안 식당(100석 규모)에서 채소 뷔페(점심 1만2900원, 저녁 1만8000원)를 운영하고 있다. 신선한 채소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매주 1000여 명이 찾는다.
○ ‘기적의 배추’ 신품종 베타후레쉬 배추
진도 하늘채소영농조합법인의 한 대표는 이번 겨울 처음으로 ‘베타후레쉬 배추’를 팔고 있다. 이 배추는 노화 방지와 비타민A 생성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 성분을 일반 배추보다 150배 더 함유했다. 종자개발회사인 동부팜이 10여 년간의 연구로 만든 신종자를 심은 배추다. 15일 이 배추밭을 방문해 배춧속을 보니 기존 배추보다 노란빛이 강했다. 줄기 부분에는 주황빛이 돌았다. 단맛도 많이 났다.
동부팜은 지난해 봄 이마트와 논의한 끝에 베타후레쉬 배추가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해 한 씨에게 재배를 제안했다. 한 씨는 “신품종 재배의 위험 부담이 컸지만 새로운 시도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수확량을 모두 사주기로 한 것도 힘이 됐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좋다. 이마트에서 올해부터 판매하는 이 배추는 전체 배추 매출액의 50%를 차지한다. 소비자들은 주로 쌈채소나 쌈장에 찍어 먹을 용도로 두세 포기씩 사가고 있다.
베타후레쉬 배추의 인기는 시장의 흐름을 잘 짚은 덕분이다. 이 배추는 일반 배추보다 크기가 작고 배춧잎 두께는 얇다. 수분 함량이 적어 식감이 좋다. 여기에 단맛까지 더해져서 쌈채소로 제격이다. 김치를 담그지 않아도 활용도가 높다. 이마트 매출액을 보면 2014년 쌈채소 판매는 2013년보다 18% 늘었다. 일반 배추 판매가 2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충주=김성모 mo@donga.com / 진도=한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