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사회부
충북도, 전북도, 광주시, 전남도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충북 오송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으로 연결되는 당초 계획을 서대전역 경유로 변경하겠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광주시, 전남도는 교통편익 측면을 따져볼 때 고속철도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당초 계획대로 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서울∼광주의 경우 운행 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 늘어 ‘저속철’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처가 불씨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대전역 경유안은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권선택 대전시장의 대표 공약이었다. 권 시장은 최근 “KTX 호남선의 서대전역 경유 횟수를 50%로 늘리기 위해 물밑작업을 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코레일 사장이 서대전역 경유 방안을 공식 언급했다. 그럼에도 광주시와 전남도는 2013년 1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 국토부에 ‘서대전역 경유 반대’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다. 두 자치단체는 국토부에서 회신이 없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다며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뒤늦게 항변하고 있다.
그동안 호남선 철도사업은 ‘눈물의 호남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차별과 소외의 상징이었다. 개통 54년 만인 1968년 복선화 공사가 시작됐지만 36년 만인 2003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경부고속철에 비해 착공이 무려 10년 이상이나 늦었고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 사실상 ‘반쪽 고속철’이나 다름없었다. 자치단체들은 남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승호·사회부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