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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안전자산 다시 금­-은이다”

입력 | 2015-01-22 03:00:00

잇단 유럽發 악재에 ‘골드러시’ 가속… 온스당 1294달러 5개월만에 최고
金거래 늘고 파생상품 가격도 올라… 국제 은값도 한달간 12%이상 급등
“ECB 추가 양적완화땐 더 오를것”




최근 2년 동안 날개가 꺾였던 금, 은의 가격이 올해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제 금값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연초부터 계속된 유럽발(發) 악재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데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귀금속으로 돈이 몰리는 모양새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35% 오른 온스(31.1g)당 1294.20달러에 마감하며 13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 19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2년간 끝 모를 하락을 거듭한 국제 금값은 지난해 11월 초 1140달러대까지 주저앉은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7거래일 연속 오른 국제 금값은 지난주에만 약 5% 급등하며 주간 기준으로 2013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최근 한 달간은 8.2%나 올랐다.

금보다 하락폭이 컸던 은값은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이날 3월 인도분 은 선물가격은 1.16% 올라 온스당 17.95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 국제 은값은 12% 이상 급등했다.

국제 금값이 뛰자 국내 금값을 비롯해 관련 재테크 상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금 도매가격은 3.75g(1돈)당 18만35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월 26일(18만 원) 이후 10개월 가까이 17만 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금값은 18일 다시 18만 원 선을 넘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제 금값을 따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골드선물’도 올 들어 10% 이상 가격이 뛰었다.

금값이 꿈틀대자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금 거래시장인 ‘KRX 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9월만 해도 4300여 g에 불과했지만 12월에는 2.3배인 9670g으로 급증했다. 한번에 수억 원씩 골드바를 구입하는 자산가도 늘어 한국금거래소의 지난해 12월 골드바 판매량은 380kg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부터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 스위스의 고정환율제 폐지 등 끊이지 않고 불거진 글로벌 악재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은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이 잇달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도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도 금값이 오른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발표하면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면서 금과 은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2월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에 따른 귀금속 수요 증가도 당분간 상승세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하고 달러강세가 가속화하면 금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등 최대 악재가 몰린 올해 금값이 다시 바닥을 이어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매수 방식으로 금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